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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19일(火)
‘차비스모(차베스 無償복지)’ 닮아가는 文정부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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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연세대 교수·경영학

빈민의 챔피언 자임한 차베스
덩샤오핑 南巡講話와 정반대
국민은 거지化, 국가는 디폴트

文정부 소득성장은 복지정책
기업 부담 늘리고 경쟁력 잠식
구조개혁과 성장정책이 절실


남순강화(南巡講話)란 1992년 1월 중순부터 한 달여 동안 당시 88세의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 남부의 선전(深圳)·상하이(上海)와 같은 경제특구를 시찰하면서 시장경제의 길을 연 역사적인 행보를 뜻한다. 1990년대 초반 중국은 개혁개방의 지속 여부를 놓고 좌파와 우파 간에 치열한 노선투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1978년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으로 농업 생산력은 크게 높아졌지만, 시장경제 도입 과정에서 갖가지 부작용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계획경제 아래서 단행된 가격 자유화는 한해 18%에 가까운 물가상승을 초래했다. 생필품 배급 권한을 가진 일선 관료들의 부패와 빈부 격차의 증대로 급기야 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가 일어났고, 당내 좌경 보수파는 개혁개방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어설픈 개방정책으로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1991년에 해체되거나 붕괴되자 개혁개방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는 훨씬 커졌다.

남순강화는 개혁개방을 중단하고 사회주의 체제로 복귀하려는 보수 강경파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시장경제의 길로 정책 방향을 되돌리는 역할을 했다. 남순강화 이후 중국 정부가 400여 개의 규제를 철폐하면서 동맥경화를 앓고 있던 경제에 피가 돌기 시작했다. 이후 10여 년의 짧은 기간에 사영(私營) 기업은 33배 늘어나 30만 개를 훌쩍 넘어섰고, 매년 9%가 넘는 사상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기록하면서 3억 명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으며, 평균 개인소득은 4배 이상 증가했다. 남순강화는 개혁개방 찬반 논란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이후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됐다.

‘차비스모(Chavismo·차베스주의)’는 1999년 집권, 14년간 베네수엘라를 이끌었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펼친 일련의 정책과 이념을 뜻한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빈민의 챔피언’이라 부르며 가난한 자들을 위한 포퓰리즘 정치를 펼쳤다. 그는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석유산업을 국유화한 뒤 여기서 나오는 수백억 달러의 오일머니를 국가 미래를 위한 경제 개발 대신 빈민의 표를 얻기 위한 무상교육, 무상의료와 같은 복지 프로그램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유가가 반 토막 나면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0% 수준으로 떨어지고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뒤따랐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정부가 사회주의식으로 가격을 통제하자 공급이 줄면서 식량과 생필품은 바닥났고, 국민은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을 정도로 식량 사정이 나빠졌다.

베네수엘라의 올해 물가 상승률은 800%를 넘어섰고, 내년에는 2300%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달러당 화폐 환율은 10만 볼리바르(베네수엘라 화폐단위)를 넘었는데, 이는 한 달 전보다 배가 오른 것이며, 연초보다는 33배나 폭등한 것이다. 총부채는 1500억 달러 규모지만 외환보유액은 100억 달러도 되지 않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베네수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지급불능)’로 강등했다. 소중한 국가의 천연자원을 국민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지 않고, 퍼주기식 복지에 소모해 버린 결과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국내 경제전문가의 68%가 향후 5년 안에 과거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어려움이 우리 경제에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분야로 ‘주력 산업의 몰락’을 꼽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던 주력 산업들이 수명을 다했고, 중국 등 신흥국들이 부상하면서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와 산업, 노동 분야 전반에 걸친 근본적 구조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처럼 기업 부담을 늘리는 복지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산업구조 개혁을 통한 성장정책이 아니라 복지정책에 가깝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경제위기 해결책은 차비스모와 같은 복지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산업구조 개혁을 목표로 하는 남순강화와 같은 정책이다.

규제완화와 산업구조 개혁을 통한 성장정책만이 청년실업 문제를 포함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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