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친숙한 편백나무 톱밥… 속삭이는 자연의 감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경아, 물질의 감성, 91×65.2㎝, 캔버스 위에 아크릴, 2017

현대미술은 어렵다고 말한다. 미술 표현의 주된 관심사가 ‘무엇을 그렸느냐’에서 ‘어떻게 그렸느냐’로 옮아갔기 때문이다. ‘무얼 그렸는지’는 감상을 통해 내용을 찾아내면 이해된다. 그러나 ‘어떻게 그렸는지’는 표현 방식의 문제로 꼼꼼히 관찰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관찰을 통해 작품의 재료와 방법을 찾아내고, 이것이 이론적으로 타당한지 혹은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있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 현대미술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길이다.

이처럼 미술이 특정 이야기(내용)를 포장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포장 자체가 존재 이유로 등극하면서 다양한 포장술이 등장했다. 그래서 최근 우리 미술도 재료와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다. 김경아의 회화도 그렇다. 그는 편백나무 톱밥으로 물질감이 강한 작품을 한다. 추상 회화처럼 보이지만 분명한 이야기가 있다. 숲이나 들판을 추상적 기법으로 표현한다. 자연의 이야기를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접근해낸 태도에서 설득력이 보인다.

전준엽 화가·미술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