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관광이 ‘남는 장사’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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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관광분야 소비 추이는 예측이 쉽지 않다. 가변적인 요소가 워낙 많아서다.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여행 수요를 좌우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환율변동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경험한 대로 전염성 질병의 전파도, 중국의 사드 보복에서 보듯 국가 간 정치적 이해관계도 관광수요의 큰 변수가 된다.

5년 전쯤의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고위간부는 해외여행을 가는 한국인 숫자의 정점을 ‘연간 1600만 명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마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온 해외여행 출국자 수가 1600만 명쯤에서 정체될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 간부는 “한국인이 이웃 일본 국민보다 해외여행을 더 즐긴다는 전제를 놓고 과학적으로 추산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런 얘기는 한국 여행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는 시점을 가늠해보다가 나왔다. 중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여행수지 흑자가 머지않았다는 기대가 나오던 무렵이었다. 이 간부의 얘기대로라면 산술적으로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치가 1600만 명을 넘기면 그다음부터는 ‘남는 장사’가 돼야 했다. 그런데 과연 그랬던가.

올 한 해 해외여행을 나간 한국인 누적 숫자는 26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점이 될 것이라던 1600만 명에서 자그마치 1000만 명이 더 나갔는데도 포화상태에 가까웠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해외여행 증가추세는 계속 이어져 내년에는 해외여행을 나가는 한국인이 30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4.8명, 일본은 7.5명당 1명꼴로 해외여행을 가는데, 한국인은 올해는 2명 중 1명이, 내년에는 1.72명당 1명이 해외여행을 나가는 셈이다.

수입과 수출을 선과 악으로 단순 재단하는 중상주의적 관점이 시대착오라고 해도, 해마다 급증하는 여행수지 적자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0월 한 달 한국의 서비스수지는 35억3000만 달러 적자였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적자 기록이다. 이 중 여행수지 적자가 절반에 육박하는 16억7000만 달러였다.

한국인이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건 그만큼 국내여행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쯤에서 묻는다. 대한민국 여행 콘텐츠는 충분한가. 관광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는가. 관광의 가격 경쟁력은 있는가. 유감스럽게 이런 질문에 어느 것 하나도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 소변 냄새로 얼룩진 중소 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 제법 이름난 관광지임에도 배차 간격이 1시간이 넘는 버스, 음습한 무인모텔 일색의 지방 숙박시설, 높은 관광지 물가와 불친절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해야 할 일은 관광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개선이다. 정부가 출범 7개월이 지난 뒤에야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쉼표가 있는 삶’과 ‘사람이 있는 관광’을 관광진흥의 목표로 내세웠지만, 이런 감성적인 목표에 부합하려면 기초적인 인프라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 아직 ‘편의’ 차원에도 못 미치는 관광 인프라로 ‘삶의 질’을 얘기한다는 건 언감생심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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