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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A U.S. View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0일(水)
한국의 위험한 ‘중국몽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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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국빈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빈방문 중 문 대통령이 중국 측 인사들과 식사를 한 것은 이날 만찬을 포함해 2번뿐이어서 ‘혼밥 외교’라는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David Straub

文대통령 국빈 訪中은 실패작
韓에 무례한 것 놀랍지도 않아
사드 보복에 무기력 대응 결과

‘中國夢’은 공산체제 세계 지배
동행 및 가치 공유 발언은 잘못
코드 외교 脫皮 새 참모 구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중국 방문에서 논란이 된 사안 가운데 하나가 왕이 외교부장이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한 뒤 ‘건방지게도’ 팔을 툭 친 것이다. 청와대는 우호적인 제스처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한국 주요 매체들은 한국을 내려다보는 중국 지도자들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증거로 간주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진행됐던 6자회담 초기의 세 차례 회담을 떠올리게 한다. 왕이는 당시 회담 주최국인 중국의 대표단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했다. 왕이는 인사말을 통해 북한 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과 미국 양자 간의 문제라는 중국 정부의 인식을 설파했는데, 그의 말투는 마치 엄격한 선생이 버릇없는 아이들을 타이르는 듯했다. 당시 미국 대표단의 일원이었던 나는 왕이의 오만한 태도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이 당시 6자회담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중국을 존중하는 측면도 있었던 것이다. 6자회담장 바깥에서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왕이가 기자들에게 북한보다 미국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도 존중하지 않는 중국이 한국 지도자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은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빈’인 문 대통령에 대한 행태를 보면 충격적이다. 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않은 것은 시진핑 주석이 계속해서 사드 문제를 한·미 관계를 훼손하는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한국 길들이기도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문 정부는 이른바 ‘3불 정책’으로 사드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투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사드 배치 후 계속된 중국의 터무니없고 불법적인 보복에 대해 한국이 무기력하게 대응한 결과가 이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계속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하지도 않았다. 사과와 보상을 요구해야 하는 쪽은 한국이다. 그런데 중국이 큰소리를 치며 한국을 비난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미국의 사드 배치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시작한 뒤 수년의 시간이 지나고 이뤄졌다. 그 기간 중국은 이중 플레이를 해왔다. 말로는 북한의 핵 개발을 확고히 반대한다고 하지만, 북한이 핵 개발에 대한 전략적 계산을 다시 할 정도로 압력을 가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회피해왔다. 그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공동성명을 내지 않으면서 북한 문제에 대한 ‘4대 원칙’에 합의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전쟁 불가, 한반도 비핵화,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4대 원칙에는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해결책이 빠져 있다. 바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와 압박 강화를 지지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제재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명백해 보인다. 그러면 지구촌의 다른 나라들도 제재를 이행할 동력을 잃게 된다. 그리고 김정은은 지금처럼 계속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의전적으로 가장 극진하게 예우해야 할 국빈 방문객을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영접한 인사보다 훨씬 낮은 당국자로 하여금 공항에서 맞이하도록 했다. 필리핀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국력이 약하고, 두테르테는 국민을 많이 죽인다는 혹평을 받는 악명 높은 지도자 아닌가. 문 대통령이 방중 기간 열 번의 식사 가운데 두 번만 중국 당국자들과 한 것도 명백한 홀대다.

문 대통령의 방문이 한·중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방중을 강행한 것은 오히려 양국 관계 악화를 가져온 외교적 실수였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계속되는데,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외교적 미숙함과 ‘코드화’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문 대통령은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했다. 심지어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을 함께 꾸겠다고 했다. 물론 중국 사람들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몽이란, 중국이 동북아의 지배적인 나라가 되고, 궁극적으로 세계의 지배적인 나라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공산당 독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그러겠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싸웠다는 문 대통령이 어떻게 그런 꿈에 동참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이 19차 공산당 대회에서 천명한 민주적 리더십과 인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가치가 사람 중심의 정치철학, 국가 운영의 목표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물론 초청자인 시 주석에게 듣기 좋은 말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민주적 리더십에 감탄했다고 언급한 것은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의 방중은 실패했다. 낡은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둔 외교·안보 정책이 동북아 지역의 냉엄한 전략적 현실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근거 없고 현실성 없는 가정(假定)들을 버리고, 외교·안보 정책의 접근 방식을 바꿀 때가 됐다. 우선 능력 있고 경험 많은 참모들을 불러들여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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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976년 미 국무부에 들어가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참사관, 한국과장 등을 역임한 뒤 2006년 퇴직, 한·미 관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저술했으며 현재 세종연구소 세종-LS 객원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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