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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0일(水)
‘극렬 文팬’ 文대통령 욕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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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혼밥’은 無개념 외교의 상징
그러고도 120점이라고 自讚
문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면 敵

폭행당한 한국 기자 되레 공격
보스 무조건 받들기 위한 일탈
홍위병 행태 자제시켜야 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결과에 대해 야당은 역대 대통령 방중 외교 중에 가장 심하게 혹평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국격을 훼손한 정유국치(丁酉國恥)” “엉성한 아마추어리즘에 따른 외교 참사”라고 개탄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며 자찬(自讚)했다. 문 대통령이 자찬에 둘러싸이면 판단을 계속 그르치고, 독선과 아집에 더 빠져들게 마련이다. 문 대통령이 “매우 내실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흡족해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혼자 먹는 밥’인 ‘혼밥’은 외교 실패를 상징한다. 문 대통령의 방중 3박4일 열 끼 식사 중에 중국 정부 고위 인사와 함께한 것은 두 끼뿐이었다. 중국의 무례가 지나쳐 ‘국빈’ 말조차 듣기 민망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중국 인민이 즐겨 찾는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으로 중국인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잘 준비된 기획 일정”이고, “혼밥을 한 게 아니라 13억 중국 국민과 함께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다른 식사 일정을 안 잡고 공부하려고 비워놓은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 고위 인사들과의 식사를 성사시키지 못한 사실을 감추려고 둘러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일정이 기획됐고, 공부를 위한 것이었다면 문 정부의 ‘무(無)개념 외교’ 실상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그런 궤변은 문 대통령을 되레 욕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를 방관·비호하면, ‘홍위병(紅衛兵)’이 더 활개를 치게 된다. ‘문(文)빠’로 속칭되는 ‘문팬’ 중에 극렬 지지자들의 반(反)이성과 망동(妄動)이 갈수록 더 횡행하는 배경도 달리 있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문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는 것으로 비치면 누구든지 타도 대상인 적(敵)으로 삼아 마구잡이로 공격한다. 지난 14일 문 대통령 방중 행사를 규정과 절차에 따라 취재하던 한국 기자 2명이 중국인 경호 요원 10여 명에게 무차별 집단 폭행을 당했는데도, 한국 언론을 비난·매도한 것이 가까운 예다.

한국 기자 폭행은 한국 언론에 대한 폭행이다. 중국 정부에 철저한 진상 규명, 공식 사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긴커녕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던 한국 기자들이 맞을 짓을 한 것 아니냐’ ‘기레기(기자+쓰레기)들이 문재인 정부 외교를 망치려고 과장’ 등 황당한 글들이 인터넷에 쏟아졌다. 경찰서장 출신인 강원더불어포럼 공동대표라는 사람은 ‘국가적 외교 성과를 망가뜨리는 데서 나아가 나라 망신까지 시켰다면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이라며 ‘언론사는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해당 기자를 엄중하게 징계하라’는,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운 망언을 SNS에 올렸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도 ‘폭행당한 기자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물 건너갈 수도 있었던 상황에 대해 국가가 손해배상이나 구상권을 청구했으면 좋겠다’ ‘청와대 기자단 폐지하라’ 등의 글이 올라오고, 수만 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언론에 대한 몰상식을 넘어 무조건적 적개심까지 넘친다. 이 또한 방중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청와대 인사가 폭행 현장에서 처음엔 한국 기자들에게 보도 자제·유예를 요청했던 일과도 무관할 리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어느 대학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폭력을 써서라도 일단 막고 보는 게 경호원의 정당방위 아닐까. 기자를 가장한 테러리스트인지, 기자인지 경호원이 어떻게 구분하겠나’ 운운했다. 파문이 커진 뒤에 ‘기사보다는 SNS로 소식을 접하다 보니 기자가 집단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사과했으나, 그다음 날엔 ‘이제는 언론이 성찰할 때’라며 다시 언론을 탓했다. ‘홍보수석을 하면서 언론에 얼마나 허위·왜곡이 많은지 경험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객관적 시각을 가지려고 10년간 신문 기사나 TV를 거의 보지 않았다’고 했다. 게이트 키핑 과정을 거쳐 보도하는 정규 언론이 아니라 ‘문빠’ 등이 인터넷에 퍼뜨리는 ‘믿거나 말거나’ 식 소문·주장을 더 신뢰한다는 취지 아니겠는가. 떠받드는 사람이 하는 말만 듣고 믿으며, 옳든 그르든 보스를 위해 막가파 행패를 서슴지 않는 게 홍위병이다. 문 대통령부터 극렬 지지자와 참모진 일각의 홍위병 행태에 분명한 선을 긋고 공개적인 자제·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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