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단추 팔아 7년째 불우아동 도와… 자식처럼 감싼‘키다리 아저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동대문시장 ‘단추 아저씨’로 유명한 유선준 씨가 21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종합시장 1층에 위치한 자신의 가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동대문 단추 상인’유선준 씨

탁아시설 13세 아이 만난뒤
생활비 쪼개 후원하기 시작
장사 힘들 땐 끊을까 고민도
앳된 얼굴 떠올리며 이어가

올해부턴 새로운 아이와 결연
작은 정성이지만 내가 더 감사

“동대문시장 ‘단추 아저씨’를 아시나요!”초임 80만 원으로 시작한 동대문시장 단추 장사. 2003년 공수특전단 중사로 제대한 유선준(39) 씨는 살길이 막막했다. 마땅히 배워놓은 기술도, 그렇다고 학력이 높은 것도 아니었다. 이곳저곳 일할 곳을 찾던 유 씨는 이듬해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단추 생산 업체에서 매장 관리 직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무작정 동대문시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시작된 ‘단추’와의 인연은 이제 현재의 그를 만든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처음 동대문시장 단추 가게에 들어갔을 때 월급이 80만 원이었어요. 처음에는 힘들고 모든 게 낯설었어요. 장소도 낯설고, 사람 대하는 것도 군대와 너무 달라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죠. 그러다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커지는 책임감에 쉴 틈 없이 열심히 일했어요.” 유 씨는 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대문시장과의 인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제는 ‘단추 박사’가 됐어요. 이렇게 천으로 감싸 만든 단추를 ‘싸개 단추’라고 해요, 요즘은 겨울 코트를 많이 만드는 시기라, 도톰한 천으로 감싸 만든 따뜻한 느낌의 싸개 단추가 잘 나갑니다. 여기서 이렇게 단추 팔아 번 돈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세 아이를 책임지고 있죠.”

그런 유 씨가 승희(20·가명)를 만난 것은 2010년이었다. 당시 13세이던 승희는 부모 없이 탁아시설에서 외롭게 지내던 어린 소녀였다.

“승희와 인연을 맺게 된 건 둘째 아이가 태어날 즈음이었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한 두 아이를 보면서 다른 아이들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죠. 내 아이만큼 귀한 다른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해 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찾아갔죠. 그게 승희와 결연 관계를 맺게 된 이유입니다.”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아내와 3명의 아이를 책임지고, 거기에 불우아동 후원까지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갈수록 가게 형편이 어려워지는 게 후원 활동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어려워진 형편에 부인에게 제대로 생활비를 갖다 주지 못할 때는 후원 중단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솔직히 정말 어려울 때는 후원 활동을 그만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어요. 무엇보다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때마다 승희의 얼굴이 떠오르는 거예요. 사진 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승희 얼굴을 떠올리면 도저히 후원을 끊을 수가 없더군요.”

처음 앳된 모습의 승희 사진과 편지를 받았을 때의 느낌을 유 씨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본 적 없는 어린 소녀와의 친밀감, 또 처음 느껴 본 가족 외의 누군가를 위한 책임감 같은 것들이 한 번에 밀려왔다.

승희와 후원 결연을 한 이후 유 씨는 승희 생일이 있는 7월과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는 꼭 선물과 함께 편지를 써서 보냈다.

“승희에겐 말한 적은 없지만,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승희가 그런 날에 행여 더 외롭지 않을까 염려가 됐어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좋은 일은 축하하고 힘든 일은 격려하면서 지내다 보니 어느새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승희가 올해 성인이 되면서 결연 아동이라는 공식 관계는 끝이 났어요. 꼭 한번 만나고 싶었지만, 사춘기 어린 마음에 혹시나 상처가 될까 봐 꾹 참아 왔습니다. 파스타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밥 한 끼 사주지 못한 미안함이 남아 있어요. 언젠가는 꼭 승희를 만날 날이 오겠죠.”

유 씨는 승희와의 끊어진 인연을 준희(12·가명)와의 만남으로 새롭게 이어가고 있다. 준희는 부모님이 계시기는 하지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실직했고 어머니도 아파서 생계활동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승희·준희와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유 씨는 이 말을 꼭 실어 달라고 했다.

“제가 크리스천이거든요. 가난하고 어려운 자들을 도우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한 것뿐인데, 칭찬은 제가 다 받으면서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 너무 감사해요. 불우 아동 후원은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작은 정성이 모여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값지게 쓰인다고 생각하면 절로 힘이 생깁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 '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