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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1일(木)
적폐청산과 이념적 교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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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정책학

톨레랑스 더 절실했던 2017년
‘다름’이 善惡으로 둔갑 횡행
前정부 정책까지 적폐로 몰아

강정 구상권 포기 결정에 앞서
불법시위 중단 각서 받았어야
5년마다 大청소의 場 불가피


톨레랑스라는 프랑스어는 보통 ‘관용’으로 번역되지만, 보다 넓은 의미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적 가치를 말한다. 2017년 정유년도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 굳이 톨레랑스를 들먹이는 것은, 사상 첫 탄핵이라는 정치적 회오리 속에서 다시 태어난 대한민국이 다양성을 포용하긴커녕 서로 다름이 선악(善惡)의 투쟁으로 쉽게 둔갑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중국 국빈방문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전 정부가 무너뜨린 외교관계를 복원한 것이 이번 방중의 본질이라면서 ‘120% 성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대로 야당은 국빈방문이라면서 고작 두 끼만 중국 측 인사들과 나누었고, 수행한 기자는 폭행당했으며, 대통령 스스로 국격을 훼손해 국민의 자존심을 땅에 떨어뜨렸다고 아우성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이처럼 극단적 해석이 충돌하는 것은 서로 ‘다름’이 ‘선악’으로 간주되는 이념적 교조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촛불시위를 바탕으로 탄생한 문 정부가 톨레랑스에 바탕을 둔 사회통합 대신 ‘적폐청산’을 촛불정신이라고 몰아가는 것도 이념적 교조주의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상식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자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현 정부가 이념적 동질성을 갖는 사람들로 구성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전 정부의 정책을 적폐로 몰아 그 정책을 만들고 집행한 책임자들을 고발하는 작금의 처리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국가보훈처는 자체 감사를 통해 박승춘 전 보훈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 전 처장의 혐의는 나라사랑공제회 등의 비위 사실을 묵인한 것이라 한다. 박 전 처장은 육사 27기로 평생 군인으로 나라를 지키다가 중장으로 예편 후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를 거치면서 6년이라는 최장기간 보훈처장의 자리에 있었다. 그런 그가 재직 중의 불법행위나 직권남용이 아니라, 직무유기를 이유로 고발당했다. 재직한 정부의 이념과 국정철학에 일치하는 정책을 집행했는데, 그 정책의 수혜 대상 집단이 저지른 비위를 박 전 처장이 묵인했다는 게 그 이유다. 이는 서로 다름을 용납하지 못하는 이념적 교조주의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TF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찍어 내거나 처벌하는 것을 적폐청산으로 추진하고 있다. 필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관련 공무원들을 좌천시키거나 집필자들을 처벌하자는 것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문 정부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과정을 방해해 막대한 피해를 보인 해군기지 반대 시위자들에 대한 34억5000만 원의 구상권 행사를 조건 없이 철회했다. 대선 공약이었고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란다. 필자는 문 정부의 구상권 철회에도 동의할 수 없지만, 화해와 용서, 국민통합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국민을 설득하고 전문 시위꾼들에게 다시는 불법적 또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국가 정책을 방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각서를 받는다면 톨레랑스 정신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 정부가 이념이 다른 전 정부의 정책을 추진했던 관계자들은 적폐청산 대상으로 몰아 처벌하면서, 전문 시위꾼들이 포함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시위자들에 대한 구상권 포기를 당연시하는 것은 이미 이념적 교조주의에 빠진 것이다.

이전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 참여한 것은 공무원으로서 당시 정부의 국정철학에 부응해 해야 할 의무를 수행한 것이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들의 행위에 명백한 불법행위가 발견된다면 처벌이 불가피하겠지만, 생각이 다르므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적성을 가지고 사소한 비리라도 찾아내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우리 사회에는 5년마다 적폐청산의 큰 장이 열릴 것이다.

오늘의 적폐청산 주체가 내일의 적폐청산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정치 지도자들이 모두 톨레랑스의 정신을 공유해야 한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화해와 용서, 관용의 정신을 공유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무술년 새해는 화해와 용서를 통해 사람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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