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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1일(木)
늪에 빠진 文정부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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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가 늪에 빠졌다. 미국과는 다른 길을 걷고, 중국과는 주종(主從)의 관계로 전락해 가고 있다. 북핵 위기는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조국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은 시기, 누군가 시일야방성대곡을 외치고 누군가 피를 토하고 누군가 애를 끊어내야 할 것 같은 음험함이 엄습하는 때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한민국 외교가 최고라며 120점을 준다고 한다.

한·미 관계는 대한민국 외교사 70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동북아균형자론’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었던 노무현 정부 시절, 혹은 장기집권과 인권문제로 미국으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았던 박정희 정권 말기 때보다 더 나쁜 국면일지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발표한 신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나온 대북 비핵화 강제 옵션 강화, 한·일 미사일 방어 협력, 중국 패권 비판, 인도·태평양전략 등 어느 하나도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맞아떨어지는 게 없다. 미국은 한국 권력자들의 정체성, 그들 주변에서 재생산해내는 동맹국에 대한 적의(敵意)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을 들인 한·중 관계는 말을 꺼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중국은 화이(華夷)의 관념에 젖은 나라다. 상대가 약해 보이면 지체 없이 주저앉힌다. 조선의 왕 인조가 청 태종 앞에서 3번 무릎 꿇은 궤(궤), 9번 머리를 찧은 고두(叩頭)가 그런 것이다. 방중 시 공항 영접부터 시작된 중국 측의 비례는 3박 4일 내내 이어졌다. 첫 궤다. 문 대통령은 한국을 대국 앞의 소국, 큰 봉우리 옆의 주변 봉우리라고 칭했다. 둘째 궤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3불(不) 이행을 재론했고 문 대통령은 대북 압박책 하나 건의하지 못했다. 세 번째 궤다. 머리 찧기의 사례는 넘쳐난다. 촛불의 분노로 정권을 장악한 이 정부의 굴욕외교 행태를 보면서 거꾸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게 나라냐’.

국가의 경영은 명(名)과 실(實)이 들어맞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안보 태세 확립이 ‘명’, 한·미 동맹을 토대로 중국의 압박을 이끌어 북한 핵 무장과 전쟁 위협을 막는 게 ‘실’이다. 우리 외교의 명분과 실리가 뒤엉킨 책임은 일단 정치적 편향이 의심스러운 청와대 주변의 참모들에게 있다. 자주·균형외교의 논리 발굴에 혈안이 된 채 자기의 무능을 감추는 고관대작들도 공범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목적과 관련한 국회 상임위 질의에 “모른다”만 연발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자질은 해외공관 3등서기관 수준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외교·안보를 결산하면서 “한반도 주변 4국과의 관계를 정상 복원했다”(12월 19일 국무회의에서)고 말했다. 외교·안보의 실종 사태 와중에 벌어진 이 기막힌 자화자찬의 기획자는 누구인가. ‘평화 수호’의 논리로 ‘평양 보호’를 획책하는 참모들인가. 동맹에는 적의를 품고 북의 혈맹엔 황제국의 예를 갖추는 정치 관료들인가. 정작 가장 큰 문제는 국정의 최종 책임자인 문 대통령에게 있다. 없는 건 없다고 해야 한다. 서양 속담대로 ‘삽을 삽이라 불러야지’ 어떻게 불러야 하나. 문재인 정부에 외교·안보는 없고, 나라의 운명은 잿빛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에 갇혀 있다.

mi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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