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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6일(火)
北核 폐기 ‘최후의 결단’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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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렬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평창올림픽 앞두고 정세 엄혹
유엔 安保理 새로운 對北 제재
美·中 군사적 차원 협의도 착수

김정은 ‘통 큰 작전’ 방향 관심
核포기·경제개혁이 唯一 출구
불응 땐 체제의 생명줄 끊길 것


김정은이 지난 23일 제5차 당세포위원장 대회 폐회사에서 앞으로 ‘인민을 위한 많은 새로운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대담하고 통이 큰’ 작전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45일 앞으로 다가왔고, 일주일 후에는 김정은의 신년사가 있을 상황에서 나온 이 말이 북한 핵 문제의 변곡점을 시사하는 것이길 바란다. 이제 북한이 핵 개발을 통해 체제 유지와 ‘벼랑 끝 전략’의 편익을 도모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북한의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에 대응해 22일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제2397호는 북한이 수입하는 정유제품을 정상 수준의 10%로, 북한 해외노동자 송환 시한을 2년으로 못 박았다. 또,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자동적으로 유류 수입 제재가 강화되는 이른바 ‘트리거(trigger) 조항’을 첨부해 움직일수록 조이는 수갑처럼 작동하게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전례 없이 촘촘한 그물망으로 북한 경제의 생명선인 석유류와 외화 획득원의 요해(要害)를 겨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의 상황 인식은 안이하다. 핵무장을 만병통치약 정도로 여긴다. 이제 북한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중·러 접경지역을 통한 제한적 교역과 일부 제3세계 국가의 반미감정을 이용한 최소한의 대외 경제관계, 그리고 해킹, 위조지폐, 마약 등의 불법 행위밖에 없다. 이 같은 ‘회색지대’를 이용한 대외 경제관계는 체제의 생명을 이어주는 구급약은 될 수 있으나, 북한을 ‘강성대국’과는 반대 방향의 막다른 골목에 가둬 버릴 게 분명하다. 체제 생존을 위해 결국 중국과 러시아에 고개 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북한이 꿈꾸는 경제 강국의 미래상은 아닐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 신화는 스스로 만들어 낸 환상에 불과하다. 몇 번의 핵무기와 ICBM 실험만으로 말싸움처럼 미국과 ‘위협’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 수준에 이를 수는 없다. 오히려 미국은 북핵(北核) 긴장 국면을 계기로 동북아 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했고,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도 내비쳤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유사시 미국이 북한 지역 핵무기를 확보하면 38선을 넘어 돌아오겠다고 중국과 협의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위협에 대응한 안전 보장 수단이라던 핵 개발 전략이 부메랑이 돼 북한 체제의 존립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북한 지도부의 정말 ‘통 큰’ 작전은 전략적 한계효용이 마이너스인 핵무기를 내려놓고, 한계효용 체증(遞增)이 확실한 경제개혁을 단행하는 일이다. 새로운 경제정책을 실행해 북한 주민들의 얼굴에 희색이 도는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북한 체제 수호의 안전판이자 김정은 시대의 진정한 성과가 될 것이다. 단숨에 핵무기를 내려놓기 어색하다면, 2018년 신년사에서 경제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경제 강국 건설을 위한 국제환경 조성 차원에서 현 단계의 핵 무력을 동결한다고 밝히면 된다. 북한은 화성-15형 탄도미사일 실험 발사 후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한 만큼, 더 이상의 실제 실험은 필요 없다는 논리로 핵 동결을 설명하면 체면 상할 일도 없다.

다음 단계의 시작 단추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다. 이미 한국 정부는 ‘멍석’을 깔았고, 미국 역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현 단계 핵 무력 동결 및 추가 실험 유보 선언과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완화시킬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진정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시장 친화적 경제 개선 정책이 필수적이다.

북한은 우선 농업부문의 가족 영농제도 채택과 다양한 소유제도의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를 공개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다음은 러시아 동부의 자원과 중국 동북 3성 지역의 시장, 남북한 및 일본 경제를 잇는 동북아 경제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고, 개성공단이나 새로운 공업개발구를 가동하면 취약한 북한의 경제 기반을 보완할 수 있다. 북한 지도부의 과감한 개혁 행보에는 남북한 주민과 국제사회도 찬사를 보낼 것이다. 누가 북한의 변신을 비난하고 위협할 것인가. 경제 건설이 핵무기보다 훨씬 강한 체제 보장 수단이며, 북한이 진정한 강성대국의 길로 들어서는 유일(唯一)한 방법이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김정은의 ‘통 큰’ 작전이 북핵 문제의 출구전략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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