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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6일(火)
詩 세 편 외우기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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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문화부장

윤동주 탄생 100주년의 해가 저물어간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만 27년 1개월을 살다 간 시인을 72년 후에 기리는 것. 이게 좋은 시의 힘이다. 문학의 죽음이 운위되는 시대에 시의 울림을 새삼 일깨웠다.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는 ‘제1차 문학진흥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창작 지원 확대 △향유 기반 구축 △해외 진출 강화 △인프라 구축 등 4개 전략을 기반으로 15개 과제를 선정했다. 문학예술의 진흥이 과연 정부 전략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국가의 문화 대계 차원에서 순수 문화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번 계획에서 특별히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은 국민의 문학 향유 기반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일상 속에 문학이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창작자 지원 확대도 그 목표를 지향해야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공공도서관에 문학인이 상주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을 늘리는 것은 잘한 일이다. 경영 사정이 어려운 소규모 서점들과 연계해 작가 파견 사업을 펼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문체부는 교육부와 협력해 초·중·고교에 파견하는 명예 문예교사도 늘려가야 한다. 학교의 문학 교육이 ‘문제를 내고 푸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즐기고 누리는’ 식이 돼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숙제다. 한꺼번에 풀 수는 없겠지만, 점차 해결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좋은 문학 작품은 세상과 인생을 다양한 측면에서 보며 넓고 깊게 품도록 이끈다. 그래서 실용적 이익과는 거리가 있다. 연전에 어느 언론사 간부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시와 소설은 허구가 아니냐. 바쁜 세상에 그런 것을 읽는 데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있느냐.” 그 말이 지금까지 귀에 남은 것은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 그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자적 효용이 최고의 가치가 돼 있는 세상에서 문학은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법대생조차도 옆구리에 시집을 끼고 다니던 시대로부터 한국 사회는 참 멀리 와 있다.

이런 현실에서 문학진흥의 일환으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반갑다. 부지 확보 등을 놓고 문체부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고 있으나, 추진 자체에 의미가 있다. 우리가 문화 빈국(貧國)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문체부의 협의체 구성 제안에 응해야 한다. 나라의 문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이기를 뛰어넘는 용기를 발휘하길 바란다.

얼마 전 한국문인협회 행사에서 허영자 시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한 지역 도시의 문학 모임에 초대를 받았는데, 시민들이 시 세 편 외우기 운동을 했다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습니다. 시를 외우는 시민이 있으면, 그 사회에 희망도 있습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 이야기를 들은 날 저녁에 모처럼 윤동주 시들을 뒤적였다. 젊은 시절에 즐겨 외웠으나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아왔던 ‘무서운 시간’도 거기에 있었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텐데…//나를 부르지 마오.”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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