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무산 위기… 또다시, 民生은 다음에

개헌특위 연장놓고 與野 공방
電安法 등 32개법안 처리못해
소상공인 무더기 범법자 전락
감사원장·대법관 임명 줄연기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여야의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연장 논란으로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각종 민생 법안이 발목 잡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 사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안 등과 같이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수많은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와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 임명도 줄줄이 연기가 불가피하다.

26일 국회와 소상공인 업계 등에 따르면 의류·장신구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영세 소상공인은 전안법 개정안 처리 불발 시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전안법은 옷이나 액세서리처럼 생활용품에도 전기용품과 마찬가지로 KC 인증(국가통합인증) 의무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데, 경제적·시간적 부담이 커지는 구조적 문제로 여야는 대안 입법 마련 때까지 1년 유예키로 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이 법이 적용돼 소규모 공방에서도 의무인증을 지키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혼 후 잠적한 아버지로부터 양육비를 강제로 받아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 학교에 다니는 24세 이하 비혼모도 아이를 대학교 내 직장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는 법안 등 32건의 민생 법안이 해를 넘길 위기에 처했다. 특히 이들 32건 법안은 모두 여야가 이견 없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가 열리기만 하면 처리되는 무쟁점 법안으로 분류된다.

감사원장 후보자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처리하지 않으면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기관을 검사·감독하고 공무원 직무를 감찰하는 감사원의 경우 황찬현 전 감사원장이 지난 1일 퇴임하면서 현재까지 수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 여야는 이날도 정치 공방에 골몰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22일 예정된 본회의를 일방 무산시킨 데 이어 우리의 과감한 양보에 비해 지나치게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 대신 청와대 앞에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의혹 등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