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7.19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사회일반
[사회]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7일(水)
韓 ‘性불평등지수’ 美보다 낮아… 10代 산모 비율 적어 ‘현실 왜곡’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김지윤·제임스 김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 ⑩ 침묵 깬 여성들… 性평등 어디까지 왔나

性격차지수 5위 오른 르완다
여성들 노동 참여율 86% 달해
실상은 내전 사망 男 대신 내몰려

性불평등지수 韓 10위·加 18위
선진국 10代 산모 증가 골머리
1000명당 美 22.6명·韓 1.6명

‘韓여성 임금, 男의 63%’ 통계
출산·육아 인한 경력 단절 때문
학원비라도 벌려 비정규직 취업
노동시장 구조적인 차별 보여줘



◇침묵을 깬 사람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사했던, 미국의 주간지 타임(Time) 올해의 인물에 성희롱 경험을 폭로한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이 선정됐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의 여성으로, 하비 와인스타인을 비롯해 정치권과 연예계 그리고 언론계의 많은 유명인사에게 성희롱을 당한 인물들이다. 벌써 찰리 로즈나 맷 라우어와 같은 언론계 유명인사들, 민주당의 앨 프랭컨 상원의원 등은 해고당하거나 사퇴했고, 배우 케빈 스페이시는 다음 시즌 드라마 출연을 못 하게 된 것뿐 아니라, 본의 아니게 성소수자임이 밝혀지며 졸지에 커밍아웃까지 해버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성 스캔들은, 놀랍지도 않지만, 대부분 일터에서 일어났다.

성희롱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성(性)과 관련된 발언이나 행동으로 불쾌하고 모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직장에서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면, 단순히 불쾌감을 조성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의 경우 고용상의 피해까지 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단순히 성적인 추행으로만 취급되지 않고,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약자에게 행하는 폭력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알려진 많은 성과 관련된 범죄의 가해자는 주로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다. 왜 그럴까. 남성이 여성보다 성에 더 관심이 많고 성적인 자극에 이성을 잃어버려서? 성추행은 권력을 가진 이가 성을 매개로 벌이는 폭력 행위이다. 특히 직장 내 성추행은 직위를 통해 위계질서가 뚜렷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명백히 ‘힘’을 이용한 착취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최근 미디어에서는 남녀 차별, 그리고 이를 넘어 ‘여혐’ 혹은 ‘남혐’을 앞다퉈 다루고 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차원에서의 움직임이 아니라 비방과 모욕이 난무한다. 그리고 그 많은 논쟁 속에 등장하는 것이 성격차지수(GGI·Gender Gap Index)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해마다 발간하는 이 지수는 다양한 분야에서 한 나라의 남녀 간 차이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종합적으로 계산해 낸 것이다. 한국은 이 지수가 계산한 총 144개국 가운데 118위를 차지했고, 이는 곧 한국 남성과 여성의 격차가 118번째로 적거나 혹은 27번째로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한국 여성이 남성과 차이 나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일까? 더 충격적인 것은 5위에는 르완다가 랭크돼 있고 7위는 필리핀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한국 여성보다 르완다와 필리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차별 없는 삶을 산다고?

남녀 간 차이를 측정한 다른 지수가 하나 더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UN Development Planning)에서 내놓는 성불평등지수(GII·Gender Inequality Index)가 그것이다. 놀랍게도, 이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번째로 성평등이 유지되는 나라다. 미국도, 캐나다도, 호주나 독일처럼 우리가 ‘인정’하는 선진국도 한국보다 훨씬 아래에 랭크돼 있다. 성격차지수에서는 분명히 남녀 간 격차가 큰 국가였는데, 왜 여기에서는 성평등이 유지되는 국가로 분류되는 것일까.

비밀은 이 지수들이 무엇을 근거로 측정되는가에 있다. 먼저 WEF의 성격차지수에 사용되는 통계는 모두 14가지다. 이 중 한국이 낮은 점수를 받은 부분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여성의 그 나라 의회 의석 점유율, 전문직이나 CEO 같은 높은 직위에 오르는 여성의 비율, 임금 격차 등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50% 정도 되는데, 이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같은 여타 선진국보다 확실히 낮다. 하지만,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는 르완다와 모잠비크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르완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86%이고 모잠비크는 82%에 달한다. 르완다 의회의 64%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수치로 르완다 여성이 한국 여성보다 더 평등한 삶을 살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내전 통에 사망한 많은 남성을 대신해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고, 의회 의석에서 일정 쿼터는 반드시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헌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어쨌든, 한국 여성 중 더 평등한 르완다나 모잠비크에서 살겠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  김지윤·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반면, 우리는 어쩌다가 성불평등지수에서 이렇게 후한 점수를 받게 됐을까? 비밀은 10대 산모의 비율에 있다. 성불평등지수를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수치는 5가지 정도 되는데, 노동시장 참여율, 교육수준 등과 함께 계산되는 것이 10대 산모 비율이다.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중차대한 이 시기에 성관계를 맺고 임신을 하다니. 한국 여학생으로서는 인생 망치기로 작정하지 않은 다음에야 어디 될 법한 일인가. 밤마다 학원 앞에서 샌드위치나 도시락 들고 서 있는 엄마의 감시를 벗어나기조차 어려운 마당에. 그래서인지 한국의 10대 산모 비율은 1000명당 1.6명으로 그 어느 국가도 따라잡지 못하는 최저 수치다. 반면, 10대 산모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미국의 경우 22.6명, 캐나다는 9.8명, 청정 국가 뉴질랜드는 23.6명이다. 원래 10대 산모 비율은, 여성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고, 어린 나이에 결혼시켜 아이를 낳는 종속된 삶을 살게 하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고려되는 수치다. 즉, 그 나라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후진적인가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 선진사회에서는 청소년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너무 일찍 추구하다 생기는 사건을 측정하게 돼 버린 것이다. 덕분에 내각의 반을 여성으로 채우며 “지금은 2015년이잖아요!”라고 상큼하게 답변한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캐나다는 우리보다 아래인 18위에 랭크돼 있다.



◇진실은 우리가 알고 있다

결국, 두 지수 모두 사회의 성차별 정도를 정확하게 나타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르완다보다 훨씬 적은 비율의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의회에 진출해 있어도, 독일 여성이나 네덜란드 여성이 르완다 여성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평등을 겪거나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평등지수로 봤을 때 우리보다 훨씬 아래에 위치한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도입한 국가다. 한국 여성이 캐나다나 오스트리아 여성들보다 평등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수치와 랭킹을 들이밀고 있지만, 사실 우리 모두 진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그저 지금 5분 능선쯤 와 있는 것이다.

종종 거론되는 남녀 임금 격차를 들여다보자. 한국 여성의 임금이 남성 임금의 63%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 덕분에,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임금 격차가 많이 난다는 오명을 썼다는 기사가 범람했었다. 그러나 이 통계 수치는 모든 직종에서 여성이 남성 연봉의 63%에 해당하는 급여만 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도 밝혀졌듯이, 이는 출산과 육아로 직장 경력이 중간에 단절되면 여성에게 이를 복구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여성들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장에서 커리어를 관리하며 달릴 수 없고, 아이 학원비라도 벌기 위해 낮은 임금이라도 받으며 비정규직에 취직하게 된다. 결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차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백인 남성에 비해 백인 여성의 소득이 25% 낮으며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여성은 해당 계열 남성 대비 45∼50%로 더욱 낮다고 말한다. 또한 연봉이 낮은 직장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비교적 높은 연봉과 안정된 직장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공계열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분명 소수다. 즉, 미국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 또한 단순히 여성을 얕보기 때문에 임금을 덜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파생된 것이다.

한국은 노력 중이다. 여러 법안과 정부의 정책으로 성 격차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2001년 미국에도 없는 여성가족부까지 신설, 이 문제를 다루는 각료급 직위를 구성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였다. 한국이 더 나은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성(性)격차에 관한 문제는 해소돼야 한다.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 그리고 노동 가능 인구의 감소에 처해 있는 지금, 여성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중요하다. 이웃나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위미노믹스(womenomics)가 그것이다. 또한,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기본적인 가치 중 공정한 보상과 인센티브 시스템은 유엔 세계인권선언(제2장)에도 언급돼 있다. 1995년 베이징에서 열렸던 세계여성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역사에 남을 만한 한마디를 했다. “여권은 곧 인권이고, 인권이 곧 여권입니다.” 여전히 그 말은 유효하다. (문화일보 11월 1일자 26면 9 회 참조)
[ 많이 본 기사 ]
▶ 장애학생 성폭행 발생 특수학교 女교장 숨진 채 발견
▶ 할아버지가 손녀 성추행하는데…할머니는 모른체
▶ “다시는 안 먹어” 만석닭강정 위생적발…누리꾼 ‘와글와글..
▶ 유소영, 전 연인 손흥민 언급했다 곤욕
▶ 9인승 차에 유아 9명 탔다 8명 내렸는데…왜 몰랐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최저임금 불복 자영업자 겨냥“자한당 패잔병” “징징대지마”인터넷서 度 넘은 욕설 공격소상공인聯 “대통령 보호하려‘무조건 나쁜세력’매..
mark할아버지가 손녀 성추행하는데…할머니는 모른체
mark“다시는 안 먹어” 만석닭강정 위생적발…누리꾼 ‘와글와글’
‘남성 혐오’ 워마드, 이번엔 “유치원생 살해” 예고
임신한 계모 살인혐의 쓴 11세 소년, 9년만에 무죄..
韓·美 성장률 20년만에 역전 가시화
line
special news 유소영, 전 연인 손흥민 언급했다 곤욕
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탤런트 유소영(33)이 최근 팟캐스트에서 과거 사귄 축구선수 손흥민(26·토트넘 홋..

line
장애학생 성폭행 발생 특수학교 女교장 숨진 채 발..
아반떼 최대 151만·쏘나타 118만원 싸게 산다
“北석탄 운반 선박 부산 입항”…정부, 제재위반 알..
photo_news
‘탁구영웅’ 유남규 딸 예린 ‘탁구영재’로 폭풍 ..
photo_news
미 연예인들, LA총영사관 앞 ‘개고기 식용반대..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歌王 장수의 비결은 낄끼빠빠… 돈보다 삶 노래하는 아티스트..
[인터넷 유머]
mark대화를 끊게 만드는 말 베스트10 mark병무청 주요 질..
topnew_title
number 최재성·김두관도 당대표 출마선언…‘예비경..
이불 덮고 올라타 영아 숨지게… 보육교사 ..
“몬테네그로 파병땐 3차대전”… 트럼프 또 ..
“에어컨 없인 못살아”… 3년째 판매 신기록
“소득양극화 해결 중요하지만 최저임금外 부..
hot_photo
경찰·시민 힘합쳐 택시 ‘번쩍’…차..
hot_photo
배우 김진우, 가을 결혼…신부는..
hot_photo
박서준 ‘이 녀석’, 너무 잘나가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