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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7일(水)
“영양결핍 北주민에 南바이러스 질환 우려… 통일후 재앙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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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이 지난 1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북한 의료계 실태와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신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

“70년 고립 北, 의학연구 寶庫
기생충·아토피 관계 연구 필요
‘1인 1기생충 갖기 운동’ 펼쳐”

“보건의료 R&D 사업을 통해
北 주민 돕고 富도 창출해야
통일한 뒤 격차 줄일 수 있어”

“18년째 어린이병원학교 교장
소아암 치료한 뒤 사회부적응
토털케어로 삶도 책임져야죠”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하는 의사가 있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끈기와 도전정신으로 결실을 보는 의사다. 지난 1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신희영(62) 연구부총장은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의 이력서부터 건네줬다. 지금까지 방북만 6차례에 맡은 직책만 10개가 족히 넘다 보니 배려 차원에서 이력서부터 건넨 듯했다. 한 우물만 파도 쉽지 않은 세상에 문어발식 겸임이라니…. 처음에는 신 부총장이 ‘폴리페서’(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수)일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설익은 편견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 부총장은 “좋은 뜻으로 일하다 보니 더 큰 원이 돼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가지 일에 정성을 다하면 다른 일도 잘 풀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소아암 환자의 대부(代父)이자 북한 보건의학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 부총장은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고 치료 중인 북한군 병사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북한군 병사가 총상을 입고 수술을 받으면서 몸에서 나온 수십 마리의 기생충이 당시 큰 화제였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기생충이 몸에서 나왔다고 밝힌 것은 분명한 인권유린이자 북한에 대한 혐오 감정을 확산하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행위”라며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를 맹비난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신 부총장은 “기생충이 나왔다고 인권유린을 말하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소리”라고 지적했다. 소아과 전문의인 그는 “70년 이상 외부세계로부터 고립된 북한 사회는 의약 연구의 보고(寶庫)”라며 “기생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부총장에 따르면, 우리 어린이들에게 많은 아토피 피부염 증세가 북한 어린이들에게는 거의 없다. 한국도 기생충 감염이 70∼80%에 이르렀던 1970년대에는 아토피 환자가 드물었다. 둘 사이 깊은 상관관계를 추론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기생충이 몸 안에 있으면 자가 면역 체계가 외부 침입자인 기생충을 공격하느라 자기 신체를 공격해 유발되는 아토피가 생길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 사람들 몸은 기생충과 맞서 싸우느라 스스로 자기를 공격할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아직 가설이지만 설득력이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해 보건의료 선진국들은 기생충이 거의 박멸돼 의대생들이 기생충 실물 표본을 구경하기 너무 어려워요. 북한의 기생충은 우리 모두에게 큰 이익을 안겨줄 세계적인 보물입니다. 마치 악어가 악어새를 안 잡아먹듯이 우리도 기생충과 공생해야 합니다.”

신 부총장은 현재 ‘1인 1기생충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기생충으로 면역력도 키우고, 비만도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 부총장이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8년 10월이다. 그동안 남한의 민간단체인 ‘어린이어깨동무재단’과 함께 북한에 4개 병원을 지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방북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고, 요즘에는 중국 정부가 남북 의료진의 만남을 허용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부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통일은 대박”이란 말을 듣고 지인들에게 “보건이 담보되지 않은 통일은 쪽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가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경고’를 받은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인도주의적 지원은 무조건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마지막으로 백신이 간 게 2015년 12월입니다. 당시 백신도 애초 목표의 절반만 갔어요. 백신이라는 건 절차에 따라 모두 접종해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벌써 2년이란 시간이 지났으니 그때 노력이 모두 수포가 된 거죠. 최근에는 백신을 제때 접종하지 못해 사망한 환자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신 부총장이 이토록 북한 돕기에 열을 올리자 세간에는 그가 ‘좌익 인사’라는 편견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좌익이 아니라 오히려 우익 중의 우익”이라고 말했다. 의료협력사업에 매달리는 게 이념 성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지 독일식 통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대로 하나가 된다면 큰 불행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남쪽에선 없어진 병이 북한 사람들에 의해 창궐할 수 있고, 북한 사람들은 영양결핍과 면역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남쪽의 바이러스 질환을 맞게 되면 말 그대로 대재앙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 부총장은 인터뷰 도중 통일을 대비한 보건의료 연구·개발(R&D)을 수차례 강조했다. 현재 그는 연세대, 고려대 교수들과 함께 최우선 R&D 프로젝트 사업 10개를 선정해 상용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령, 현재 서울대에서는 백신을 적정온도에 목적지까지 실어나를 수 있는 냉장이동장비 개발이 완성단계에 있다. 냉장이동장비는 태양열발전을 이용해 백신이 4∼10도의 적정온도에 있도록 도와준다. 또 GPS를 통해 백신 온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적정온도에서 벗어난 불량 백신을 선별할 수도 있다. 새로운 장비는 앞으로 북한 도서에 있는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백신 접종을 가능케 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은 적정온도에 배달되지 못한 ‘맹물 백신’을 접종해왔다는 게 신 부총장의 설명이다. 면역력이 약한 남북한 어린이들이 질병의 격차로 목숨을 잃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북한 어린이와 청소년이 통일됐을 때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여러모로 격차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게 신 부총장의 생각이다.

그의 집안은 3대째 의사다. 조부부터 따지면 가족 17명이 의사다. 이러한 집안 내력 때문인지 신 부총장은 언제나 남을 돕는 일에 열의가 샘솟았다. 그리고 그 결정체가 바로 서울대 어린이병원학교다. 신 부총장은 2000년부터 18년째 학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서울대 연구부총장직은 아르바이트”라며 어린이병원학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1985년 소아암을 진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치료에 급급해 치료 후 아이들이 겪게 될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못했어요. 문제는 아이들이 치료 기간 2∼3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다 보니 암 치료 후 사회 부적응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암은 치료했지만, 사회에서 잘살아가는 법은 배우지 못한 거죠.”

신 부총장이 암 치료 후의 삶도 책임지는 ‘토털케어(total care)’를 구상한 계기다.

“처음 병원학교를 만들겠다고 병원장님께 말씀드렸더니 꾸지람을 들었어요. 돈이 안 되는 병원학교를 왜 하느냐고요. 당시 그런 개념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저와 뜻을 함께하겠다며 동료 전문의들이 자기 사무실을 내주면서 어렵게 작은 공간에서 병원학교를 시작할 수 있었죠.”

병원학교가 크게 관심을 받은 것은 김대중 정부 때다. 당시 열악한 환경의 병원학교 소식을 들은 이희호 여사가 개교식에 참석하면서 병원학교의 위상도 격상됐다.

“영부인이 개교식에 오신다고 했더니 병원에서 컴퓨터도 사주고, 책상·의자도 교체해주고 큰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이듬해에는 영부인께서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다시 한 번 방문해 더 큰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사님 덕분에 현재 전국적으로 병원학교가 35곳이나 생겼어요. 기적 같은 일이죠.”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현재 소아암·백혈병 전용교실 1개를 운영하고 있다. 교실에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음악 등 11과목 수업이 30여 명 자원봉사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신 부총장은 병원학교를 거쳐 새 삶을 살아가는 제자들을 볼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병원학교 출신 중 한 명이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로 부임해 연구부총장실에서 재회하는 감격을 누렸다.

“제자 중에는 내 뒤를 잇겠다며 서울대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도 있어요. 그런데 그보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다며 사회복지나 간호학 등을 전공해 봉사하는 직종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신 부총장은 과거 조혈모세포 기증운동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1996년 조혈모세포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을 당시 미국으로 입양을 갔다가 백혈병에 걸린 브라이언 성덕 바우만의 조혈모세포를 찾아줬다. 2년 뒤에는 친부모를 찾는 데 도움을 줬다.

“지금도 바우만과 연락을 하고 지내요.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자신을 돌본 간호사와 결혼해 컴퓨터를 팔면서 화목하게 지내고 있어요. 남들은 내가 이분들을 도와줬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내가 이분들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워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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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의과대(소아과학전공) 학사·석사·박사 △대한혈액학회 이사장 △대한암학회 부회장 △대한수혈학회 회장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회장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소장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운영위원장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부회장 △서울의대 서울프로젝트 운영위원장 △서울대 연구부총장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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