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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정찰記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7일(水)
이젠 對中 抑止力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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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1979년 中越전쟁 영화 흥행
핀란드化도 힘 있어야 가능
對中 ‘고슴도치 가시’ 있어야


중국-베트남 전쟁을 다룬 펑샤오강(馮小剛) 감독의 영화 ‘방화(芳華)’가 중국에서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5일 개봉된 이 영화는 중-베트남 전쟁을 무대로 중국 인민해방군 문예공작대 가무 단원들의 사랑과 인생 역정을 그렸는데, 펑 감독은 중-베트남 전쟁 참전 중국 군인들에게 바치는 의미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원래 지난 9월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중국·베트남 관계를 고려해 지금까지 미뤄져 왔다. 중-베트남 전쟁은 1979년 2월 17일 중국군의 전면 남침으로 시작돼 그해 3월 16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됐다. 중국은 이 전쟁의 성격을 ‘자위반격(自衛反擊)의 한정전쟁(限定戰爭)’으로 규정한다. 중국군은 병력에서 압도적 우세였으나, 전쟁 경험이 풍부한 베트남군에 고전을 면치 못한 끝에 철수해야만 했다. 중국 측의 공식 사상자 수는 2만3000명인데,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일부 친중(親中) 인사들은 한족(漢族)에 의한 통일 중국은 대외 팽창적 속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元)이나 청(淸)의 팽창주의는 몽골족과 만주족이 주도한 국가이기 때문이며, 송(宋)이나 명(明)과 같은 한족 국가는 내부 지향적이며 평화주의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멀리 한(韓)의 고조선 침공 및 월남 정벌까지 가지 않더라도, 1949년 티베트 복속과 1962년 중국-인도 전쟁, 그리고 앞서 언급한 중국-베트남 전쟁을 통해 한족 중국이 이웃 국가들과의 문제 해결에서 무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아니 대한민국은 1950년 10월 중국군의 무력 개입으로 눈앞에 다가온 통일을 뒤로 미뤄야만 했던 뼈아픈 역사를 체험했다.

지난 18일 중국 군용기 5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침범했다. 사실 그동안 중국 군용기는 사전 통보 없이 KADIZ를 수시로 들락거렸다. 지난해 무단 침범 건수는 59회였으며, 올해는 이미 70회를 넘었다. 그러나 이러한 침범은 대개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과 중첩되는 지역에서였다. 그런데 이번엔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훙(H)-6 전략폭격기 2대가 동해까지 진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한국에 ‘일상적 훈련’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진커(申進科) 중국 공군 대변인은 “창설 68년 만에 처음으로 쓰시마 해협을 넘어 일본해(동해)에 진입해 훈련했다”고 자랑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중국의 강국몽(强國夢)과 무관하지 않다. 선진커 대변인 말마따나 이제 중국 공군은 “과거 비행하지 않았던 항로, 과거 도달하지 않았던 구역을 비행”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력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중국 탄도미사일 수와 위력이 날로 강화되고 있으며, 항공모함과 핵 추진 잠수함으로 무장한 중국 해군의 원거리 작전 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아니, 한반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의 제1차 해상 방어선인 제1 도련선 안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중국의 사이버 전력도 무시해선 안 된다. 그리고 북한 소행으로 알려진 한국 해킹 사건의 대다수가 중국 영토 혹은 중국 영토를 경유해서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의 개입이나 묵인 없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근 ‘한국의 핀란드화(Filandization)’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과거 냉전 시기 핀란드와 소련의 관계처럼 종속·지배 관계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다. 그러나 당시 핀란드 지위도 거저 획득된 것이 아니다. 적어도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체코·헝가리와 같은 소련 위성국가 신세는 면할 수 있었다. 외교상으론 친소 노선을 걸어야 했지만, 국내 정치와 경제 문제에선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1939∼1940년과 1941∼1944년 두 차례에 걸친 소련과의 전쟁에서 결사 항전의 자세와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비록 일부 영토를 빼앗기는 굴욕적 강화조약을 맺어야 했지만, 잘못 건드리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교훈을 소련에 안겨준 것이다. 이처럼 최소한의 군사적 억지력(抑止力)이 없으면, 핀란드화조차도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1956년 헝가리나 1968 체코 운명에 처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을 능가할 군사력을 키우는 덴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한·미 동맹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미국에만 의존할 순 없다.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갈빗대 한 대는 부러뜨릴, 아니 코뼈라도 주저앉힐 의지와 힘을 가져야만 상대방이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외교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한국의 군사력은 대북 억지력(抑止力)에만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대중(對中) 군사 억지력도 계산에 넣어야 할 때가 됐다. 핵 추진 잠수함 보유도 이 관점에서 검토돼야 한다. 공중 급유기 도입, 탄도미사일 능력 강화도 마찬가지다. ‘고슴도치 가시’가 있어야 친구에겐 필요하고, 적에겐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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