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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8일(木)
국방 R&D ‘발상의 전환’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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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前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美 DARPA 도전적 과제 집중
민간선 힘든 고위험 프로젝트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선도

한국 과학자들 좋은 아이디어
지원체제 미약해 시도 힘들어
대규모 정부 예산 없이도 가능


국방 연구·개발(R&D)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돼야 할 핵심 분야라고 한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인터넷에서부터 자율주행 자동차와 로봇에 이르기까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과학기술을 개발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R&D 예산의 절반 이상을 국방 R&D에 꾸준히 쏟아붓고 있다. 시장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민간 기업이 투자하기 힘든 고위험·고부가가치 연구를 정부가 국방 R&D 예산으로 지원하면서 숨겨둔 산업정책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산업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의 국방 R&D는 4차 산업혁명의 진원지라고 충분히 불릴 만하다.

한편, 북한의 핵 위협으로 엄청난 국방의 위기, 국가의 위기에 봉착한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이 옛 소련의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위협에 대응해 바로 DARPA를 설립했고, 이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인간을 달로 보내자는 국가 캠페인을 전개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미국의 한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한 한국인 과학자로부터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생각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즉각적으로 신물질의 돔을 허공에 펼쳐서 방어하는 과학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오는 말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미 우주로 가는 엘리베이터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미국의 창업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을 정도로 신소재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서 한국의 과학기술력으로도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제안이었다.

그러나 그가 크게 아쉬워한 것은, 한국의 과학자들과 이야기했을 때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당장 이러한 도전적인 국방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체제가 한국에는 미약하다는 점이었다. 사실 과학자가 아닌 필자로서는 이러한 아이디어가 얼마나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DARPA의 많은 연구 과제가 그 분야 전문가에게조차도 매우 실현하기 힘들어 보이는 도전적인 과제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국방 R&D는 이렇게 기왕에 알려진 지식의 영역을 뛰어넘는 새로운 발견을 통해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만약 허공에 돔을 펼칠 수 있는 신물질이 개발된다면 이 기술이 단지 국방에만 활용되지 않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도전적인 국방 R&D를 크게 활성화하는 데 추가로 많은 정부 예산이 필요하거나 새로운 인력을 대량으로 충원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총 R&D 투자 규모는 이미 미국·일본·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5위권이다. 우리나라가 과학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보다도 R&D에 더 많이 투자한다는 사실을 소개하면 듣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이미 과학기술 분야의 투자 강국이다.

그러나 국방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미래 전장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감시 정찰, 지휘통제통신 등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국방 과학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부처 간, 기관 간의 칸막이와 우리의 우수한 과학자들이 과감히 도전하지 못하게 하는 지배 구조에 있다.

무엇보다도 국방 R&D에 있어서 대학, 출연연, 대기업, 중소벤처 같은 민간의 다양한 R&D 주체들과 협력 촉진을 위해 필요한 기술·정보·인력·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전적인 고위험·고부가가치 연구에 투자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총리실 산하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내에 미국의 DARPA와 같은 첨단국방연구기획원(가칭)을 설치해 상당한 독립성을 가지고 국내외 최고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활용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국방 관련 도전적 연구 과제들을 기획,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국방은 우리 국민 모두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국방 R&D의 혁신처럼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바뀌어야 할 분야에 대해 하나씩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고 혁신을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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