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다…누구의 힘도 빌릴 생각없어…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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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부회장 항소심 최후진술
“혜택 나누는 기업인 꿈 있다”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열린 자신의 항소심 결심(結審)공판에서 “제가 초일류기업의 리더로 인정받는 일은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준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측에 건넸거나 약속한 433억 원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정부의 도움을 받기 위한 ‘대가성 뇌물’이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 주재로 이날 진행된 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200자 원고지 8장 분량의 최후 진술을 통해 복잡한 심경과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저는 아버지(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처럼 셋째 아들도 아니고 외아들이다. 다른 기업과 달리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도 않았다. (이 같은 사정은) 회장님 와병 전후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청와대나 최순실 씨 등에게 부정한 청탁을 할 필요가 없었음을 강변하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제게는 제가 받은 혜택을 나누는 참된 기업인으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기업인으로서의 꿈’이 있다”면서 “이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준대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제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대통령이 도와주면 제가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 점은 정말 억울하다”고 말했다. 또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저는 사회와 임직원들에게 인정받는 리더가 될 자신도 있었다”며 “이런 제가 왜 뇌물을 주고 청탁을 하겠느냐. 어느 누구의 힘을 빌릴 생각도 없었고 빌리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실타래가 너무도 복잡하게 얽힌 이유를 돌아보니 제 불찰이다. 모든 것이 저와 대통령의 독대에서 시작됐다”며 “원해서 간 것도 아니고 오라고 해서 간 것뿐이지만 제가 할 일을 제대로 못 챙겼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에게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1심과 같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내년 2월 5일 오후 2시에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