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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9일(金)
맘대로 안되지만… 그래도 비울수록 행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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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함과 소박함, 그 안엔 다양하고 때로는 부딪히는 가치와 생활방식이 있지만 그렇다 해도 소박함, 단순함은 인간이 충만한 삶에 이르는 길이라고 한다. 자료사진

- 단순한 삶의 철학 / 엠리스 웨스타콧 지음, 노윤기 옮김 / 책세상

소박함은 절약·금욕·자급자족
자본주의 생활속 불편 불가피
단순한 삶, 과거 향한 향수 아닌
의미있는 미래 위한 지향점 돼야


단순한 삶, 소박한 삶은 우리 시대의 강렬한 지향점이다. 소박함에 대한 추구는 현대적 현상만은 아니다. 과거 수천 년 동안 지혜로운 자들은 대체로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권해왔다. 철학자, 성인은 물론 시인, 비평가, 선지자 등 이른바 ‘현인’이라 일컬어지는 이들은 예외 없이 소박함과 단순함을 높게, 사치와 낭비는 낮게 이야기했다. 이 전통은 서양철학의 뿌리인 그리스 철학,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이웃 하나 없는 외딴 숲 속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2일을 살았던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소박한 삶 팬덤의 대표적 주인공으로 여겨져왔다. 소로 팬덤은 나날이 더 강해지고 있다. 경쟁, 낭비, 사치, 일 중독, 자연에서 멀어지다 못해 반 자연적인 삶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이다. 곳곳에서 심플 라이프, 미니멀리즘, 느리게 살기를 외치고, 대부분 삶의 속도를 늦춘 충만한 삶을 바란다.

‘단순한 삶의 철학’은 이런 도도한 흐름에 목소리를 하나 더하는 책이 아니다. 엠리스 웨스타콧 뉴욕 앨프리드대 철학 교수는 의문을 표시한다. 이런 식이다. “OK. 단순한 삶이 중요해. 거기엔 나도 동의. 그런데 진짜 단순한 삶, 소박한 삶이 뭐야? 그런데 실천은 왜 이리 어렵지?” 모두가 ‘인정’하는 ‘단순한 삶’ 주의에 대한 다리 걸기이다.

저자는 단순함, 소박함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해 인류가 오랫동안 높은 가치로 추구해온 ‘소박함’ 안에 들어있는 다양한 가치와 생활 방식, 상충되는 내부 모순을 보여준다. 단순함과 소박함은 수수함, 절약, 자급자족, 자연과 가까움, 금욕주의, 높은 도덕, 삶에 대한 만족감, 행복 등과 손을 잡고 있지만 절약과 도덕, 금욕과 행복, 소비와 만족, 자본주의와 단순함 등은 서로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박한 생활 습관이 때로는 인색함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가난이 절망을 유발해 범죄에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 소비주의에 반하지만 실은 값싼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쟁적 시스템 덕분에 단순한 삶이 가능해진 측면도 있다. 디오게네스는 가장 소박하게 살다간 철학자지만 겉모습만 보자면 별다른 생계 수단 없이 자급자족 못 한 걸인으로 볼 수 있고, 세네카는 부를 멀리하라고 했지만 정작 그는 당대의 가장 부유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실제로 현대의 ‘단순한 삶’이란 이미 경제적 안전망을 갖췄기에 더 벌고 더 소비하는 삶의 양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에게나 유효한 선택이라는 지적도 있다. 작은 오두막 짓기 열풍을 몰고 온 자크 클라인이나 비움으로써 행복을 채운다는 미니멀리즘의 권위자 조슈아 밀리번 같은 ‘단순한 삶’ 전도사들은 대부분 돈 버는 데 재주가 출중한 부자들이다. 또 단순한 삶에 대한 옹호가 불공정한 경제 체제에 순응하는 기능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자기 삶에서 더 큰 파이 조각을 요구하지 말고 이미 가진 작은 것, 그러니까 부스러기에 만족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박한 삶이란 희망의 ‘허명’이며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적 지향점’일 뿐인가. 저자의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저자는 이처럼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시대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며 그 안에 상충 되는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비판받을 구석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향해 나가야 할 가치라는 것이다. 저자는 단순한 삶은 과거로 돌아가려는 향수가 아니라 실행 가능하고 의미 있는 미래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삶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에너지 부족, 기후 변화, 삶의 질 등 많은 문제가 대두된 시대에 인류 전체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생활 방식으로 의미가 확장돼야 한다며 ‘무엇에 반대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향하는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도 했다. 단순한 삶은 삶의 충만함에 이를 수 있는 여전히 가장 확실한 길 중 하나로, 우리는 이를 지혜라고 불러도 좋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388쪽, 짧지 않은 먼 길을 돌았더니 다시 단순한 삶이 중요하다는 출발점에 선 모양새이긴 하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가치는 결론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 단순함, 소박함에 대한 인류의 오랜 성찰, 시대에 따른 변화, 그 안에 충돌하는 가치 등을 살펴보며 단순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과정 자체에 있다. 진리를 증명해 내려는 과학적 회의주의로 파고드는 인문학적 성찰이다. 1만75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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