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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9일(金)
정쟁·코드에 휘둘리는 원자력안전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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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지난 10월 20일에 발표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관련 공론화 종합보고서에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있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원하는 시민참여단과 건설 재개를 원하는 시민참여단 모두 원자력의 안전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실체를 바라보는데도 극단적으로 다른 두 가지 시각으로 나뉜다는 것은 과학적인 실체와 인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러한 극단적 괴리에 대한 과학자들의 의무가 바로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적 사실들을 풀어내는 것이다. 특히,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민간 영역의 과학이 아니라, 정책에 의해 결정되는 공공부문의 과학이라면 이는 당연한 의무다.

문제는 신뢰다. 국민이 원자력과 유관한 과학자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자력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그래서 많은 평가에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를 배제한다. 그 결과 평가의 전문성이 낮아지고 이러한 잘못된 평가에 대해 우리 사회가 불신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게 됐다. 2011년 과학기술부로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독립시킨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런데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도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원전사업자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인데, 원자력 진흥으로부터의 독립으로 곡해되다 보니 전문가를 배제하는 행정 체제가 돼 버렸다. 의사가 미덥지 않으면 감시자를 두는 것이 정상이지,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하는 게 바람직한 건 아니다.

둘째,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을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한 것은 여·야가 합의를 통해 적임자를 추천하도록 한 것인데, 실은 여당과 야당이 나눠 먹기를 하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쟁의 장이 되고 있다.

셋째,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도 중요하다. 정무적 판단에 따라 허가 여부를 결정해선 안 된다. 그래서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의회나 행정부에 보고는 하지만 지시는 받지 않는다. 위원장은 임명은 하지만 해임은 하지 못한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행정부로부터 독립될 수 있다.

넷째, 탈(脫)원전 지지자들이 원자력안전위원이 되면서 이념으로부터 독립이 되지 않았다. 원전을 반대하는 사람이 원자력안전위원이 돼 감시를 한다면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탈원전 운동가를 원자력안전위원으로 모시면 원자력안전위가 오히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어렵게 된다.

기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원자력안전위원은 절차와 규정이 제대로 돼 있는지, 또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부정적인 시각으로 기술적 세부 사항에 집착하다 보니 단순한 사항을 납득시키는 데까지도 소모적 논쟁이 발생한다. 원전에 대한 검사를 마치고 재가동을 하는데, 법에도 없는 주민 동의를 받아오라고 한다든지, 서류를 믿지 못하겠으니 입증하라고 한다든지 하는 이유로 재가동을 막는다면 그것은 초법적인 조치다. 개인적 감정까지 만족시킬 것을 요구하는 건 행정청이 해선 안 되는 일이다.

원자력안전위는 태생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한다는 전제 아래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자꾸만 하지 말자는 주장을 하면 안전을 논의할 시간이 허비된다. 또한, 운동가 출신의 이념적 투쟁의 장이 되면 엄청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이제 그런 적폐를 하나씩 점검해 볼 때가 됐다. 국민은 원자력안전위가 오직 과학적 잣대로만 원자력 안전을 판단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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