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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9일(金)
부랴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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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와 ‘화재’는 ‘악마’와 같다. 그래서 이들을 ‘수마(水魔)’와 ‘화마(火魔)’라고 하지 않는가. 얼마 전 제천에서 무고한 시민 29명이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까지 나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한들 무엇하겠는가, 사후약방문인 것을.

불이 나면 본능적으로 ‘불이야! 불이야!’를 외친다. 불이 난 사실을 주변에 알려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이다. 이보다 다급한 외침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외침은 “그는 불이야불이야 구두를 닥기 시작하얏다.”(지새는 안개·현진건·1923)에서 보듯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을 지시하는 부사로 굳어진다. ‘불이야! 불이야!’라는 외침이 갖는 ‘급박성’이 매개가 되어 황급히 서두르는 모양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부사 ‘불이야불이야’가 줄어든 말이 ‘불야불야’이고, 그 연철 표기 형태가 ‘부랴부랴’이다. 20세기 전반기 문헌에 ‘불이야불이야, 불야불야, 부랴부랴’가 모두 나오는데, ‘불야불야’의 빈도가 가장 높다. ‘조선어사전’(1938)엔 ‘불야불야’가 표제어로 올라 있는 반면 ‘큰사전’(1957) 이후의 사전엔 ‘부랴부랴’가 표제어로 올라 있다. ‘불(火)’과의 유연성이 상실되면서 ‘부랴부랴’가 표준어로 자리 잡은 것이다.

‘조선어사전’에는 ‘불야불야’의 동의어로 ‘불야살야’가 올라 있다. 1930년대 김유정의 소설에도 이 단어가 여러 번 보인다. ‘불야살야’의 ‘불’은 ‘火’의 뜻이다. ‘살’을 동사 ‘살다’로 보고, ‘불야살야’ 전체를 불이 났으니 살려 달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하나 단어 구조상 동사로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서 ‘살’은 ‘화살’을 가리킨다. 활터에서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접근을 막기 위해 소리치던 ‘활이야 살이야’의 ‘살’과 같은 것이다. ‘불’도 위험하고 ‘화살’도 위험해 그것을 피하려고 다급하게 서두르는 모양을 ‘불야살야’로 표현한 것이다. 현재 ‘불야살야’도 ‘부랴사랴’로 표기하고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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