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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9일(金)
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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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매년 이맘때쯤이면 신문 한 면을 가득 채우는 ‘새해 달라지는 것’들에 눈길이 간다. 실생활과 연관이 깊은 제도들이 소개돼 그러기도 하지만, 시대상을 반영하는 신(新)직업을 접하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눈길을 잡는 새 직종이 있다. ‘나무의사’다. 내년 6월 28일부터 나무의사만이 나무병원을 설립해 수목 진료를 할 수 있게 된다. 나무의사 자격을 얻으려면 산림청 지정 양성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뒤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산림청은 이 직업의 본격 등장으로 일자리 4000여 개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무의사는 수목에 대한 진단과 처방·예방·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직업이다. 사람이 아프면 의사가, 동물이 아프면 수의사가 치료하는 것과 같은 순리다. 이 제도의 신설은 나무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웅변한다. 흔히 나무가 없으면 사람도 없다고 한다. 사람은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다. 반면 나무는 낮에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뱉는다. 서로를 챙겨주는 둘도 없는 단짝인 셈이다. 한데, 나무는 심기만 하면 알아서 잘 자란다는 안이한 인식과 물·공기처럼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사람들은 나무의 가치를 잊곤 한다. 최근 들어 나무의 가치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숲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게 단적인 증거다. 숲세권은 나무가 무성한 산, 공원, 호수 등 친환경적인 주변 조건을 갖춘 아파트 지역을 말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화학물질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미세먼지 피해도 늘면서 생활권 수목의 전문적 관리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점도 나무의사의 탄생을 재촉했을 게다.

나무의사 제도가 발달한 나라는 일본이다. 1991년부터 수목의(醫), 수목의보(醫補)제도가 시행 중이다. 나무의 진단·치료, 후계수 보호육성 등의 일을 하는 수목의(지난해 말 기준 2562명), 양성과정을 갖춘 전국 48개 대학 졸업생에게 주어지는 수목의보(3940명)들이 활약하고 있다. 수목의의 경우 한 해에만 평균 120명이 배출된단다.

이제 나무병원도 동네 병·의원이나 동물병원 등과 같이 국민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을 날도 머지않았다. 가뜩이나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취업 빙하기(氷河期), 낙망(落望)하는 100만 청년에게 나무의사제 도입 등의 단비 같은 소식이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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