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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9일(金)
文정부, 내년부턴 前정권 탓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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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2017년 역사의 한 章으로
촛불 · 野 붕괴로 文 정부 수혜
올해까지만 ‘남 탓’ 핑계 통해

戊戌年은 절대평가 시작 돼
잘못 설정한 정책 방향 걸림돌
통합 강조한 취임사 초심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진부한 표현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2017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이때를 어느 정도 비중으로 다룰지 궁금하다. 1945년 8·15 해방, 1950년 6·25 전쟁,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10·26 사태)와 12·12 군사정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10 민주항쟁.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 치러진 올해는 현대사에서 앞선 사건들 못지않은 비중으로 다뤄질 것이다.

역대 정권을 통틀어 문재인 정부만큼 ‘축복’받은 정권이 없다. 갑작스레 치러진 대선이긴 하지만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비교적 손쉽게 집권했고, 야당은 역대급으로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제1, 제2, 제3 야당이 모두 집안 문제로 대여(對與) 공세는커녕 자기 앞가림도 못 하고 있다. 문 정부가 뭘 잘못해도 지금 야당의 수준으로는 사사건건 따질 능력도 없고 감옥에 있는 박 전 대통령 탓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사드,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철수, 원전도 박 정부가 잘못한 것을 되돌려 놓고 있다고 하고 있다. 심지어 탄저균 백신 보유 논란도 “도입을 결정한 것은 박근혜 정부이지 우리는 집행만 했다”고 억울해하고 있다. 아마 전 정권에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UAE 특사 방문 의혹 같은 사건이 터졌으면 지금 여당은 벌써 서울광장에 자리를 펴고도 남았다. 물론 이 문제도 청와대는 전 정권 때 소원해진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계속되는 ‘남 탓’에도 불구하고 취임 7개월이 지나도록 대통령 지지율이 평균 70%를 유지하는 것은 국정농단 응징 효과에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 달라는 국민적 여망의 반영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 정부를 향해 “쇼는 참 잘한다”고 했지만 쇼 잘하는 것도 실력이다. 어쨌든 국민 눈에 현 정권은 전 정권에 비해 상대평가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년부턴 현 정부 관계자들이 후렴구처럼 하던 과거 정권 탓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뀐다. 전 정권 대통령을 비롯해 비서실장, 국정원장, 청와대 수석 상당수가 구속된 비정상적인 상황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다. 적폐 청산이 초기에는 관심을 모았지만 이젠 사회 곳곳에 ‘적폐 청산 피로증’이 만연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최근 적폐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고 있고, 문무일 검찰총장이 올해 안에 주요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지방선거용일 가능성이 크다.

2018년은 온전히 ‘문재인 정권’으로만 평가받는 시간이다. ‘인수위가 없어서’ ‘적폐 때문에’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정권 내부에서 국정 기조를 적폐청산에서 민생으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미 지난 7개월 동안 잘못 설정한 정치·정책 방향 때문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만 해도 그동안 국정의 협조자였던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할 경우 강한 대여 투쟁에 나설 것이다. 1당 지위가 아슬아슬한 여당의 정책 주도권은 야당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촛불 주도 세력의 청구서는 더 많이 날아들 것이 뻔하다. 대통령이 초청을 해도 콧방귀만 뀌는 민주노총의 오만함을 여권이 컨트롤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다간 정권 퇴진 투쟁도 불사할 태세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은 의도와는 달리 일자리 감소라는 결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요즘 시내 카페나 식당을 가보면 알바생들은 없어지고 자동주문 기계가 부쩍 많아진 것을 실감한다. 내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낄 때 정권의 동력은 급속히 꺼져갈 것이다. 한반도 상황에 대한 문 정부의 관리 능력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인내심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문 정부가 자신하는 대화의 모멘텀이 오지 않는다면 운전석은 미국에 넘어갈 것이다. 청와대도 참모들이 지방선거, 총선을 겨냥해 자기 살길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고 차기 주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청와대에 쏠린 권력의 무게는 여의도로 옮겨 갈 수 있다. 여권 잠룡들은 이미 문 정부를 극복할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난관을 헤쳐 나갈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취임사대로만 실천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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