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덮친 크레인 조종사 “전날 술 마셨다”

警 “혈중 알코올 수치 파악중”
지지대 제대로 설치 못한 듯
전문가 “안전수칙 안지킨 人災”

28일 서울 강서구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지며 도로 위 버스를 덮쳐 1명이 숨지는 등 16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경찰은 현장 안전조치가 미흡했다고 보고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크레인 사고가 빈발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임대업자와 크레인 조종사(운전기사), 설치·해체 근로자 사이의 책임 떠넘기기와 정부의 무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수십 년 전에 딴 자격증으로 계속 조종하는 시스템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크레인 조종사 A(4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조사 과정에서 “사고 전날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가 이번 사고와 연관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채혈을 통해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공사현장관리자, 버스 기사, 목격자 등 3명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또 현장 소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김인유 사단법인 한국크레인협회 부회장은 이날 “철거현장에서 사용된 크레인은 의무적으로 ‘아웃트리거’(넘어지지 않도록 바닥에 고정하는 지지대)라는 장치를 좌우로 최대한 뽑아내야 한다”며 “철거 중인 자재·콘크리트 더미 때문에 작업장 지반의 침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장 상황을 봤을 때 쓰러진 쪽에 공간이 부족해 아웃트리거 설치를 제대로 안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김 부회장은 “철거 현장 크레인 작업은 사전조사에서 지반의 굳기, 회전 반경 장애물 위험요소, 중량물 무게·형태 등을 파악하고 현장 작업감독관을 배치한 뒤 소장에게 승인을 받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번 사고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전형적 인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최근 크레인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책임만 떠넘기는 임대사업자와 크레인 조종사·설치 및 해체 근로자, 강력한 사고 예방 정책 입안조차 못하는 정부 등 모두의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회장은 “크레인 자격증은 한 번 따면 영구 자격이 보전되는데, 1970년대에 자격증을 딴 사람이 2000년대에 나온 크레인을 제대로 조종할 수 있겠느냐”며 “조종사의 기능 숙련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장비 특성화 교육을 하는 등 정부의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