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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재근의 TV세상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2일(火)
‘그까이꺼 대충’ 시상식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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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SBS 연예대상’(사진)의 주인공은 ‘미운우리새끼’의 이선미, 지인숙, 이옥진, 임여순 여사였다. 이름만으로는 언뜻 누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생소한 이들은 바로 이 프로그램 속 연예인들의 어머니다. 스튜디오에서 아들의 동영상을 보며 “아유 쟤가 왜 저래” 등의 말을 하던 어머니들에게 SBS는 무려 대상을 안겼다.

SBS도 나름 고민은 했을 것이다. ‘미운우리새끼’가 시청률, 화제성 면에서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대상에 적격인데 진행자인 신동엽은 이미 직전 해에 대상을 받았다. 2년 연속 대상은 부담스럽고, 그러다 보니 결국 출연자들의 어머니가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악수가 되고 말았다.

명색이 연예대상이다. 전문적인 능력으로 예능을 이끌어간 사람에게 주는 것이 당연하다. 어머니들도 그런 능력으로 ‘하드캐리’(월등한 역량으로 시합이나 프로그램 등을 주도함)했다면 대상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미운우리새끼’의 어머니들은 자식의 동영상을 보고 한두 마디 거든 정도였다. 프로그램의 중심은 어머니들의 스튜디오 토크가 아닌 동영상이었다. 이러니 어머니들의 대상 수상에 시청자들이 황당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프로그램 시청률이 중요하지 대상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일단 ‘미운우리새끼’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여기에 대상을 주기로 하고, 1순위가 MC인데 직전 해에 대상을 이미 받았으니 적당히 다른 출연자들에게 준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이로써 SBS 연예대상은 ‘대상은 적당히 줘도 되는 상’이라고 선포한 셈이 되고 말았다. 시상식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MBC 연기대상’의 대상은 ‘역적’ 김상중에게 돌아갔다. 이것은 모처럼 의미 있는 대상 선정이었다. ‘역적’은 의적 홍길동과 연산군의 대립을 그린 사극이다. 여기서 김상중은 홍길동의 아버지인 노비 ‘아모개’ 역이었다. 양반에게 수탈당하면서도 기개를 잃지 않는 천민을 열연해 작품의 초반을 이끌었다. 비록 주연은 아니었지만 김상중이 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의미를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MBC 연기대상의 선택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주인공인 홍길동 역의 윤균상이 무관이었다는 점이다. MBC 연기대상은 이번에 황당한 수준으로 상을 난사했다. 월화극, 연속극, 미니시리즈, 주말극 등으로 부문을 잘게 쪼개고 최우수상, 우수상에 황금연기상까지 만들어 수상자를 늘리고도 모자라 공동 수상까지 나타났다. 그렇게 많은 상을 난사하는 와중에 ‘역적’의 주인공에겐 단 하나의 상도 안 준 것이다. ‘역적’은 8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런데 왜 주인공만 쏙 뺐을까? 윤균상이 SBS 드라마 촬영 때문에 시상식에 불참한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네티즌은 지적한다. 그렇다면 MBC 연기대상은 이 상이 ‘참석상’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다.

시청률만 높으면 대상 수상자는 ‘그까이꺼 대~충’ 선정해도 된다고 선포한 듯한 SBS 연예대상이나, 참석한 사람들한테 적당히 나눠주는 상이라고 인정한 듯한 MBC 연기대상 모두 시상식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말았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이런 시상식의 문제는 대부분 방송사에서 해마다 반복된다. 문화융성 한류 대박을 말하면서 연말 시상식 하나 번듯하게 치르지 못하는 게 우리 현주소인 것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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