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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3일(水)
골든타임 1시간인데… 年12만 중증환자에 공식외상센터 10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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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의정부시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조항주(가운데) 센터장과 의료진이 야간에 실려 온 응급 환자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
- 권역외상센터 열악한 실태

심각한 손상땐 외상센터 필수
진단서 수술 결정까지 1시간

전국 17곳중 10곳만 공인병원
인구 1000만 서울 한곳도 없어

경기북부센터에 전문의 4명뿐
선진국의 3분의1 수준도 안돼

환자1명당 251만원 적자 구조
응급 검사비 건보서 삭감하기도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총상을 입은 채로 탈출한 북한군 병사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치료를 담당한 ‘권역외상센터’가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인한 다발성 손상이나 과다출혈 등의 중증외상 환자에 대해 365일 24시간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외상전용 전문치료센터를 말한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5발의 총상을 입은 귀순 환자의 생사와 귀순 동기 등에 대해 관심이 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열악한 권역외상센터의 현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 중심에는 지난 2011년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구해냈던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있다. 당시에도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열악한 환경이 화두가 되기도 했지만, 금세 사그라졌다. 이번에는 달랐다. 이 교수는 북한군 귀순 병사 브리핑에서 “언론이 진정성 있게 다뤄주지 않고 ‘환자 깼나요’ ‘무슨 얘기하나요’ 이런 데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는 사회가 바로 갈 수 있게 도와달라”며 전한 진정성 있는 호소가 계기가 됐다. 24시간 쉴 새 없이 일해도 적자투성이의 운영구조, 열악한 진료환경 및 처우 등이 함께 알려지면서 국민적 관심이 일었다. 외상센터 지원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에 28만 명이 동참했고, 정치권 곳곳에서도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부는 애초 새해 예산안에서 삭감했던 외상센터 예산을 부랴부랴 회복시키고, 212억 원의 추가 예산을 배정했다.

아직도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예산·시설·인력·시스템·사회인식 등 모든 측면에서 권역외상센터의 현실이 개선되려면 갈 길은 너무 멀기 때문이다. 권역외상센터, 그 상황은 얼마나 열악한 것일까.

지난해 말 경기 의정부시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기자와 만난 9세 남자아이는 지난해 죽을 고비를 맞았다가 이 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다. 아이 엄마인 A(39) 씨는 “외상센터로 왔기 때문에 아이가 살아날 수 있었다”며 “우리 아이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아이는 최근 인공항문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수술을 한 뒤 이날 처음으로 가스를 배출했다. 인공항문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는 좋은 신호다.

지난해 5월 1일 아이가 처음 권역외상센터에 실려 왔을 때만 해도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고 했다. 당시 당직근무 중이었던 조항주 외상센터장은 “그때 아이의 복벽이 완전히 열려 피를 쏟아내고 있었고, 배 바깥으로 소장이 1m 정도 흘러나와 있던 상태”라며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골반이 으스러진 데다 대장과 골절된 넓적다리뼈는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항문 주변의 살 또한 소실된 상태였다. 학원에 가다 코너를 돌던 버스에 부딪혀 바퀴에 깔리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조 센터장은 비뇨기과와 정형외과에 연락하고, 혈액을 신청해 수술에 들어갔다. 장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손상된 소장을 두 군데 정도 잘라 붙인 뒤 인공항문을 만들어 오른쪽 배 바깥으로 뺐다. 혈관이 끊긴 왼쪽 다리는 어쩔 수 없이 절단해야 했지만, 아이는 무사히 목숨을 건졌다.

권역외상센터는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가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조 센터장은 “쉽게 말해 많이 다쳤을 것 같은 경우 외상센터에 와야 한다”며 “겉으로 별로 이상 없어 보인다고 일반 병원으로 갔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북부권역 외상센터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수술로 이어지는 과정이 최대 1시간 이내로 마무리된다.

문제는 외상센터가 충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정한 권역외상센터는 총 17곳. 그중 법적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공식적으로 개소해 운영하는 곳은 10곳에 불과하다.

특히, 인구가 집중된 서울의 경우 아직 권역외상센터가 한 곳도 없다. 그나마 국립중앙의료원이 센터로 곧 지정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연간 3만~4만 명의 외상환자가 발생하고, 2016년 기준 ‘손상 사망자’는 서울이 4290명으로 경기도 다음으로 많다. 이 때문에 외상 사고가 나면 1시간 안에 치료를 시작해야 사망률을 낮출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인력문제도 심각하다. 보통 선진국의 3분의 1도 안 되는 인력으로 유지하는 수준이다. 경기 북부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조 센터장을 포함해 외상외과 전담전문의 4명, 전담간호사 4명, 응급구조사 3명과 인턴 2명이 전부다. 외상센터 특성상 지혈·중심 정맥 및 혈관 확보·심전도 측정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에 한 환자당 필요한 의료진이 기본 6~7명에 달한다. 당직 후 비번 인원 등을 감안하면 환자마다 전 병원 인력이 투입되는 셈이다.

2015년부터 센터에 근무 중인 김마루 외상외과 교수는 “사람 살리는 보람, 그것 하나 바라보고 일하고 있다”며 “힘들다는 외과 전문의 중에서도 더 힘든 게 외상센터 업무이다 보니 지원 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역외상센터는 노동 강도가 세고 야간근무가 많아 의료인들이 잘 지원하지 않는다. 권역외상센터는 최소 20명의 전담 의사를 두도록 하고 있으나 이 기준을 충족하는 센터는 단 한 곳도 없다.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적자 역시 문제다. 대한외상학회에 따르면 환자 1명당 평균 251만 원의 적자가 난다. 환자를 많이 볼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는 얘기다. 환자를 위해 검사했다가 진료비가 삭감되는 경우가 많다. ‘진료비 삭감’이란 환자가 진료를 받은 다음 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지급할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얼마 전 차에 치여 2m 아래로 추락한 40대에게 장기 손상과 골절을 우려해 여러 부위 컴퓨터 단층(CT) 촬영을 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불필요한 CT 촬영”이라며 건강보험료 60만 원을 삭감하기도 했다. 공사현장에서 철근에 찔린 30대에게 끊어진 혈관을 잇고 파열된 대장 장간막을 봉합했는데, 각 봉합술이 일련의 처치라며 800만 원을 삭감한 사례도 있다.

조 센터장은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꼭 찍어봐야겠다고 생각해 진행했다 정상으로 나오면 찍게 한 의사의 책임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문제들이 쌓이면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학회에 따르면 중증외상 환자는 연간 12만 명 정도 발생하는데, 이 중 1만1000명이 사망한다. 권역외상센터에서 살릴 수 있는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자가 약 3500명에 달한다.

증증외상 환자가 발생할 경우 ‘골든타임’ 안에 닥터헬기 등을 이용해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해야 하는데, 이국종 교수가 구청으로부터 헬기 소음 민원 공문을 받았다는 보도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용권 기자 freeuse@, 의정부 =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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