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0.16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박현모의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3일(水)
“戰功 세웠다고 무조건 벼슬 줄 수 없다”… 백성·관료 신뢰 확인 후 임명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우의정 제수받은 名將 최윤덕

세종시대 사람 중에서 유명하면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을 들라면 최윤덕을 꼽을 수 있다. 그는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이 어머니마저 여의고, 그릇 만드는 천인 밑에서 자랐다. ‘연려실기술’을 보면 어려서부터 힘이 셌고, 활쏘기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다. 산속에서 소에게 꼴을 먹이다가 덤벼드는 호랑이를 화살 한 대로 쏘아 죽였다는 전설로도 유명하다.

최윤덕이 그저 힘센 장군이 아니라, 역사적인 명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는 세종과의 만남이다. ‘파저강토벌’, 즉 세종 재위 15년째인 1433년 압록강 건너 파저강 인근 여진족을 대파한 일이 그 예다. 이때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16세기 후반에 편찬된 책 ‘국조정토록’에 나온다. 그의 군사들이 적진에 들어가 야영 울타리를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큰 노루 네 마리가 울타리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가뜩이나 불안해하던 군사들이 당황해 술렁였다. 느닷없는 산짐승의 출현을 놓고 다들 이게 무슨 징조냐며 수군거렸다.

그때 최윤덕이 군사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무왕께서 주왕을 정벌하려고 하수를 건널 때, 흰 물고기가 왕이 탄 배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 뱃사람이 ‘흰색은 주왕이 다스리는 상(商)나라의 색인데, 왕의 배에 들어왔으니 곧 상나라 사람들이 그대(무왕)에게 귀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야인들을 정벌하러 가는 길이다. 노루란 들에 사는 야수(野獸)인 바, 그들이 제 발로 걸어와서 사로잡히니, 이는 필시 야인이 섬멸될 징조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윤덕은 고전(서경) 속 이야기를 들어 예기치 않은 사건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병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이것이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워 이어지는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  세종리더십연구소장 박현모


“파저강 토벌의 공로는 대마도정벌의 열 배가 된다.” 세종이 이처럼 크게 기뻐할 만도 했다. 단 9일간의 전투로 430여 명의 여진족을 참살 또는 생포해 적을 제압한 것도 놀라웠지만, 두만강과 압록강까지 국경선을 끌어 올리겠다는, 태종시대 이래의 숙원 해결의 길이 이 토벌을 통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승 소식을 들은 세종은 고민에 빠졌다. 개선장군 최윤덕의 공로를 어떻게 포상해야 하는지를 놓고 신하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영중추부사(領中樞府事)라는 정1품의 무임소 장관 자리를 맡기자는 제안도 있었고, 좌의정에 임명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정승의 자리는 그 임무가 막중하므로 전공(戰功)을 세웠다고 그 벼슬을 줄 수는 없다. 과연 최윤덕의 덕망이 우의정에 적합한지 의논해서 아뢰라”라는 게 세종의 대답이었다.

숙의 끝에 신하들은 모두가 입을 모아 “최윤덕의 덕망은 공평하고 청렴하고, 정직하고 부지런하며, 조심하여 봉공(奉公)하는 사람이니, 비록 수상, 즉 영의정을 삼을지라도 부끄러움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비단 전투만 잘한 공로자가 아니라, 백성과 관료들의 신뢰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뛰어난 리더라는 얘기였다.

새해 벽두에 최윤덕 이야기를 하는 것은 비단 이즈음(음력 12월 5일)이 그의 기일이어서가 아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정부 기관 사람들이 낙하산 인사들로 뒤숭숭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공만으로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세종의 인사원칙이 새삼 돋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긍정 마인드로 앞으로 나아갔던 최윤덕의 말과 행동이 우리에게도 용기를 북돋우는 이야기로 널리 회자되기를 바란다.

세종리더십연구소장
[ 많이 본 기사 ]
▶ 누가·왜… 장례식장 천장서 영유아 사체 11구 발견
▶ 유시민 향하던 票心 어디로?… 與차기대선 구도 향배 주목
▶ 인천서 고교생들이 여중생 2명 집단 성폭행
▶ 장난스럽게 국가 부른 中인터넷 스타 ‘철창행’…‘인터넷 군..
▶ 성매수자·경찰 전번 1800만개 판매…‘유흥탐정’과 거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 ‘선거 불출마’ 향후 전망 최근 여론조사 11% 지지도 이낙연·박원순과 오차범위 일각 “주류 적자 경쟁 불가피 친노·친문 분화할 것”전망도잠재적인 여권의 ‘차기 후보군’으로 꼽히던 유시민 신임 노무현재단 이사장..
ㄴ 유시민 “公職 나서는 일 다시는 없다”
누가·왜… 장례식장 천장서 영유아 사체 11구 발견
‘알몸男’ 여대 침입 곳곳서 음란행위에 충격
끊어진 남북 철도·도로 다시 잇는다…이르면 내달 ..
line
special news 장난스럽게 국가 부른 中인터넷 스타 ‘철창행’…..
중국 당국이 인터넷 관리·통제를 부쩍 강화하는 가운데 팔로워가 수천만명에 달하는 유명 인터넷 스타 ‘왕..

line
인천서 고교생들이 여중생 2명 집단 성폭행
문대통령, 개선문 무명용사묘 참배…샹젤리제 카퍼..
아내 병상 지키며 ‘눈물의 금귀월래’ 박지원…“여보..
photo_news
주윤발 “전 재산 8천100억원 기부하겠다”
photo_news
외모도 인기도 불로장생?… 20년 안방극장 왕..
line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illust
성당 천장에 돔 그려 넣은 ‘트릭아트’… 사람이 쏟아져 내려올..
[인터넷 유머]
mark드골 대통령의 유머 mark고체와 액체
topnew_title
number 성매수자·경찰 전번 1800만개 판매…‘유흥탐..
‘AV스눕’ 음란물 수사… 처벌불안 떠는 네티..
중부내륙 점촌함창IC 인근서 차량 7대 추돌..
한국당, 바른미래에 ‘先연대 後통합’ 제시
이재명 ‘한 점 의혹’ 이번주 신체검증 가능성
hot_photo
1945년산 ‘로마네 콩티’, 경매서 ..
hot_photo
BTS ‘우피 골드버그 만났어요’
hot_photo
배우 조우진, 11년 사귄 여자친구..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