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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3일(水)
中 경계론 확산과 文정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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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中, 시민 존중 않는 미성숙 국가
1989 톈안먼 때 무자비한 진압
美, 對中 낙관론이 비관론으로

中은 ‘反민주’에 라이벌國 규정
文정부만 對中 유화정책 고집
韓 성장과 민주화, 中에 전해야


중국은 미성숙한 국가다. 중국의 신세대 사회비평가 쉬즈위안(許知遠)은 중국 현대지성사를 다룬 저서에서 중국을 이같이 규정했다. 공산당 주도의 고도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성숙하다고 비판한 것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문이다. 저자는 “톈안먼의 총소리는 중국 당국에 대한 순진한 환상을 날려버렸다. 이 나라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장갑차에 부딪쳐 주저앉고 말았다”고 썼다. 1989년 6월 발생한 톈안먼 사태는 중국인들에게 집단적 상흔이다. 사태 희생자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 기밀 해제된 영국 외교 문건에 따르면, 시민과 학생, 군인들이 1만 명 이상 사망했다는 보고까지 있었다.

중국은 톈안먼 시위 무력진압 후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했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에 대해 무기 금수 조치를 내렸다.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에 직면했던 중국은 1992년 한국과의 수교로 돌파하며 숨통을 텄다. 덩샤오핑(鄧小平)은 한국 경제성장 모델을 전범으로 여기며 중국 개혁·개방에 가속도를 붙였다.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는 대중 관여정책으로 선회했고,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그 뒤 역대 미 대통령들이 대중 협력 기조를 유지한 것은 중국도 한국처럼 경제성장 과정을 거쳐 자유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그런 인식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학계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중 협력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미국민주주의기금(NED)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샤프 파워(Sharp Power)’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국이 세계 각국의 정부 및 의회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세계 각국의 공동대응론까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라이벌 국가’로 규정했다.

중국 경계론은 세계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의회는 지난해 12월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와 관련한 조사를 위해 청문회를 열었고, 독일 정보부는 중국인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독일 의원과 공무원을 접촉한 사실을 공개했다. 호주 정부는 정치인들과 정부 관리들을 상대로 한 중국 측의 로비나 학계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간섭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해 이를 저지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맬컴 턴불 총리는 수상한 자금이 호주 정치권에 유입되고 있다고 공개 경고했고, 뒤이어 호주 정부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남태평양 해저 케이블 부설 사업을 안보적 이유로 급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말에는 클라이스 해밀턴의 ‘소리 없는 침략(Silent Invasion): 중국이 호주를 꼭두각시 국가로 만드는 방법’이란 책이 출간 직전 중국의 압박 때문에 보류되면서 호주 사회가 시끄러웠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제기되는 중국 우려론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중국몽 드라이브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정반대 기류다. 중국공산당에 대한 막연한 친근감 때문일까, 아니면 중국의 막강한 영향력이 권력 핵심부까지 침투했기 때문일까. 문재인 정부에서 대중 협력론은 가장 중요한 정책 기조가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방중 때 중국을 큰 봉우리, 한국을 작은 봉우리로 비교하며 한·중은 운명공동체라고까지 했다. 중국몽을 함께하겠다고도 했다. 운명공동체는 동맹 관계에서나 쓰는 말인데, 우리의 주적인 북한과 혈맹인 중국을 어떻게 운명공동체로 규정할 수 있는가. 문 정부의 과도한 대중 유화주의는 한국의 안보 기반인 한·미 동맹을 위협에 빠뜨리고, 국제사회의 왕따를 자초할 수 있다.

지난해는 1987년 민주항쟁 30주년이었고, 내년은 톈안먼 30주년이다. 마침 1987년을 그린 영화도 상영 중이다. 중국 당국이 막더라도 영화 ‘1987’은 어떤 식으로든 중국에 스며들 것이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한국이 중국에 줄 수 있는 조언은 운명공동체라는 식의 비위 맞추기가 아니라, 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뤄낸 지혜다. 그것은 바로 중국이 성숙한 국가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안내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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