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4.24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사회일반
[사회]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3일(水)
‘간장에 밥 비벼 먹던’ 3남매, 장난감 안고 세상과 작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아파트 화재로 어린이 3명 숨져 [광주 북부소방서 제공=연합뉴스]

3남매 주변인들 ‘가난했지만 부모가 아이들을 끔찍이 아꼈다’ 눈물

“할아버지, 할머니 배고파…배고파….”

엄마가 잘 못 끈 담뱃불에서 시작된 화마에 숨진 4세·2세 아들, 15개월 딸의 장례가 3일 치러졌다.

유족들은 세 남매를 화장하며 아이들의 손때 묻은 장난감을 함께 보냈다.

중실화죄 등으로 구속된 엄마는 아이들의 장례가 이날 치러지는지도 모르고 현장감식을 위해 화마로 처참하게 변한 자녀들과 함께 살던 집을 다시 찾아 때늦은 반성과 그리움의 눈물을 흘렸다.

세 남매의 친가 쪽과 인연이 있는 한 지인 A(54·여)씨는 세 남매 중 막내딸의 돌인 지난해 9월 세 남매의 집을 아이들의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찾았다.

막내 손녀의 돌을 맞아 집에는 외할아버지·외할머니도 와 있었다.

전날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얼굴을 보고 “할아버지, 할머니 배고파요”라고 응석을 부렸다.

눈물부터 쏟아졌다.

당시 22세였던 엄마(정모씨)가 남편과 함께 세 남매를 키우던 집안에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  짧은 생 마치고 하늘로 떠나는 3남매 (광주=연합뉴스) 엄마가 낸 화재로 세상을 떠난 4살·2살·15개월(사망 당시) 세 남매 화장이 진행된 3일 광주 북구 효령동 영락공원묘지 승화원에서 공원묘지 직원들이 관을 운구하고 있다.

냉장고는 텅텅 비었고 집안에는 흔한 라면도 하나도 남아있질 않았다.

정씨는 막내딸을 낳고 다니던 콜센터 직장을 관뒀고 피시방 아르바이트 등을 하던 남편은 다리를 다쳐 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양가 부모가 능력이 닿는 대로 집도 구해주고 자녀들의 부양을 돕는 등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씨는 친정집에서 용돈 받아 쌀과 간장을 조금씩 사 맨밥에 간장을 비벼 아이들을 먹였다.

정씨는 자녀를 굶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부모로서 견딜 수 없었는지 ‘차라리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은 밥이라도 굶지 않는다’고 시부모와 친정부모 앞에서 하소연하며 울었다.

정씨는 화재사건 초기 일부러 불을 질러 아이들을 죽게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주변인들은 정씨와 이혼한 전 남편이 가난했지만, 아이들은 끔찍이 아꼈다는 증언을 쏟아내며 안타까운 마음에 울었다.

주변인 증언에 따르면 세 남매의 부모는 중학교 때부터 만났다.

그러던 중 고등학생 시절 덜컥 첫애를 임신했다.

▲  ‘담배는 어디에서?’ 3남매 엄마 현장검증 (광주=연합뉴스) 3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화재를 일으켜 세 남매를 숨지게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엄마 정모씨가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2013년 첫아들을 낳고 2015년에 둘째 아들도 나았다. 그해에는 뒤늦은 결혼식도 올렸다.

부부는 나름으로 열심히 자녀를 키우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엄마 정씨는 콜센터에서 일했고 아버지는 공단, 술집, 피시방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려 했다.

그러다 막내딸을 임신하고 낳으면서 정씨는 직장을 다닐 수 없게 됐고, 아빠는 아르바이트하고 퇴근하다가 다리를 다쳐 더는 일을 하기도 힘들었다.

생계마저 어려워지자 부부는 지난해 1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부양 능력이 있는 부부의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어쩔 수 없이 긴급생활복지 지원을 신청해 수개월 동안 130여만원의 지원을 받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정씨 부부는 성격 차이로 관계가 나빠져 이혼소송을 거쳐 지난해 12월 27일 결국 이혼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혼한 남편은 자녀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지냈다.

그러던 지난 31일 새벽 아빠가 답답한 마음을 달래러 피시방으로 외출한 사이, 술 취한 엄마의 담뱃불에 세 남매는 세상을 떠났다.

불우한 가정환경이었지만, 부부는 세 남매를 끔찍이 아꼈다.

정부 보육 지원금으로 첫째는 유치원에 둘째는 어린이집에 다녔으나 교재비 등은 몇 달간 밀렸다.

유치원 관계자가 “불우한 가정환경이었지만, 부부가 아이들은 끔찍이 아꼈다”고 떠올리며 눈물을 소매로 훔쳤다고 경찰은 전했다.

세 남매의 할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애를 낳아 손자들을 거의 키우다시피 했다”며 “할아버지, 할아버지 부르며 뛰어오는 손자들의 모습이 선하다”고 오열했다.

세 남매의 아빠도 “애들이 아빠, 아빠라고 하는 모습이 어제처럼 선하다”며 “내가 옆에 있었더라면 애들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땅을 치며 한탄했다.

비록 실수로 불을 질러 아이들을 죽게 한 죄인이지만 정씨는 정작 아이들의 장례가 이날 치러진다는 소식을 알지도 못한 채 “내가 죽었어야 했다”고 반성의 눈물을 계속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
▶ 민주당 예비후보 만취해 여비서 폭행…“성폭행당했다”
▶ 朴정부 뺨치는 文정부 ‘낙하산’
▶ 방송인 김경란, 결혼 3년만에 파경
▶ [단독]警, 드루킹 국회출입기록 확보…靑은 ‘출입기록 野..
▶ 北 리명수, 김정은 연설 중 졸다 ‘저승사자’에 딱 걸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태국 여성을 관광비자로 입국시킨 후 유흥업소에서 나체쇼 등을 펼치는 접대부로 취업을 알선한 혐의로 태국인 브로커가 구속됐다.법무..
mark朴정부 뺨치는 文정부 ‘낙하산’
mark北 리명수, 김정은 연설 중 졸다 ‘저승사자’에 딱 걸려
[단독]警, 드루킹 국회출입기록 확보…靑은 ‘출입기..
민주당 예비후보 만취해 여비서 폭행…“성폭행당했..
[단독]드루킹, 통화때 스피커폰 켜고 ‘힘자랑’…“나..
line
special news 방송인 김경란, 결혼 3년만에 파경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경란(40)이 바른미래당 김상민(44) 전 의원과 결혼한 지 3년 만에 파경을 맞..

line
“생리하면 도벽 생긴다”… 또 터진 ‘女高 미투’
[단독]‘3순위’였던 이석태, ‘1순위’로 서훈…‘코드훈..
‘빅딜해법’ 염두에 둔 美…“단계적 非核化 불가” 재..
photo_news
자신 믿고 슬럼프마저 즐기는 박인비 ‘긍정의 ..
photo_news
“불행은 세 번 온다”…방울뱀·흑곰·상어 버텨낸..
line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illust
샤론 스톤의 눈빛 유혹… 그리고 죽음을 부르는 ‘관능미’
[인터넷 유머]
mark학사 석사 박사보다 더 높은 학위 mark초보 공무원
topnew_title
number 美서 음경·음낭 조직 전체 이식 성공…사상 ..
강릉 노파 피살사건 12년 만에 검거… ‘반전..
단체손님 태우려 항공기 1시간 10분 지연…..
야구방망이 든 10여명과 흉기 든 1명 ‘술집 ..
“10代 에이즈 감염자 93%는 同性·兩性 성접..
hot_photo
배우 김민서 “5월에 결혼합니다”
hot_photo
‘완벽 투구폼’ 설인아 시구
hot_photo
‘EDM 슈퍼스타’ DJ아비치 28세로..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