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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Consumer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4일(木)
人性까지 사교육으로?… 선행학습 부추기는 학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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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 근절을 위한 정부 정책이 해마다 쏟아지고 있지만 사교육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방과 후 학생들이 책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초등생 英·數학원 수강은 기본
독후감·논술까지 ‘狂風’ 조장

月100만원 넘는‘학종’컨설팅
서울서만 2년새 88.6% 늘어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코딩’
유치원생 대상까지 우후죽순

소득따라 사교육비 격차 ‘8배’
계층 양극화 심화 악순환 초래


‘영어 주 2회, 수학 주 1회, 수영 주 2회, 피아노 주 2회, 바이올린 주 1회, 발레 주 2회.’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워킹맘 김모(여·37) 씨는 올해 초등학교 입학하는 딸에게 지난해부터 ‘학원 뺑뺑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김 씨의 남편은 학원 수가 너무 많다며 딸이 기존에 영어유치원에 다녔기 때문에 영어 학원 수업만이라도 뺄 것을 요구했지만, 김 씨는 딸이 ‘빅3 영어학원’에 합격한 상황에서 영어 학원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빅3 영어학원은 대치동에서 유명한 영어학원 3곳을 말한다. 커리큘럼과 엄격한 학생관리로 유명해진 곳으로 입학하기 위해서는 ‘레벨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빅3 영어학원은 설명회도 접수 시작 수분 내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오히려 김 씨는 딸을 6개 학원에 보내는 것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아 학원을 추가할 것도 고민하고 있다. 주위 학부모들이 일기나 독후감을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문예원’이나 ‘논술화랑’을 추가 등록할 것을 권유해 고민 중이다. 김 씨는 “학원비만 수백만 원이 들어 버겁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만 사교육을 적게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대학입시정책을 변경하고 각종 평준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교육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형태로 사교육에 매여 있는 현상 때문에 ‘학원 공화국’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4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련 사교육을 잠재우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을 확대하고 나서자, 서울 지역에서 학종 준비를 돕는 고액 컨설팅 학원이 급증했다. 월평균 교습비가 100만 원 이상인 컨설팅 학원이 2015년 35개에서 지난해 66개로 88.6% 증가했다. 학원들은 ‘학종 합격을 위한 최적의 커리큘럼’ ‘학생부 비교과 활동 및 내용 기록관리, 자기소개서, 면접 등 전 과정 지도’를 홍보문구로 내걸고 학부모와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모든 국민이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 코딩은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말하면서 서양에서 먼저 바람이 불기 시작해 우리나라까지 전파된 코딩 교육 열풍도 사교육 광풍으로 변질됐다. 코딩 열풍에 편승해 서울 강남·목동을 중심으로 선행 학습을 조장하는 학원이 늘어나자 교육부가 지난해 말 코딩 사교육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나섰다. 서울 지역에서 코딩 과목을 개설한 학원과 교습소는 2015년 3개에서 지난해 25개로 증가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코딩 학원부터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곳까지 생겨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에는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올해 3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1·2학년의 영어 수업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자 영어 학원으로 몰리는 부작용이 새롭게 생겨났다. 경북 포항 지진 여파로 수능이 1주일 미뤄졌을 때도 강남구 대치동 일대 학원들은 즉시 ‘1주일 특강’ 등을 편성해 수강생 모집에 나섰다. 학원들은 하루 10만 원 안팎의 높은 수강료를 책정해 ‘수험생의 조급함을 이용한 상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2015년 7월 21일부터 정부가 인성교육진흥법을 시행하면서 학교 교육에서의 인성교육을 강조하자 ‘인성교육전문’을 표방하는 학원까지 생겨났다.

이 같은 사교육 열풍도 경제적 여유가 없고,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거주하는 가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소득·지역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는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득수준과 지역에 따라 사교육비 자체의 격차가 심화하면서 사교육이 계층을 공고화하는 주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차이가 최대 8배까지 벌어졌다고 밝혔다. 앞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5만6000원이다. 하지만 이를 ‘서울 지역 월 소득 600만 원 이상’ 그룹과 ‘읍·면 지역 월 소득 200만 원 미만’ 그룹으로 나눠 비교하면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차이는 최대 8.4배에 달한다.

서울 지역 고소득층 일반고의 경우 월 68만 원을 쓴 반면 읍·면 지역은 8만 원에 불과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그 차이가 5.8배에 그쳤지만, 중학교 7.8배, 일반계 고등학교 8.4배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서울 지역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같은 서울의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인 가구보다 사교육비를 5.54배 더 썼다. 그러나 거주지가 광역시인 경우, 이 격차는 4.25배로 줄었고, 중소도시는 4.37배, 읍·면 지역은 3.79배에 그쳤다.

교육계에서는 무너진 ‘교육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과도한 사교육을 막기 위해서는 학교의 현재 수업과 평가 방식을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는 ‘교사별 평가’ ‘과정 중심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사교육 기관의 과도한 선행교육 상품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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