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의 ‘운명’을 경영하라>미래는 현재의 결과… 모든 운명은 ‘이제부터’에 따라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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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A 씨는 교양 있고 온순한 성품의 한의사다. 욕심을 내지 않고 남과 다투는 일도 없다. 나쁜 행동이나 생각도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법 없이도 살 선량한 사람이다. 다만 유별난 인생관이 다소 문제가 될 수는 있다. A 씨는 평등·평화주의자인데 문제는 그것이 지나칠 정도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는 스포츠는 다툼이 있기 때문에 싫다고 한다. 올림픽도 싫어해 모든 출전자에게 똑같이 메달을 주자고 한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그냥 공부하면 되지 왜 서로 경쟁하느냐며 대학 입시 제도도 싫어한다. 모두를 당첨시키지 않는 복권 판매도 사악하다고 주장한다.

A 씨는 참으로 공평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할 만하다. 모든 사람이 대등한 권리를 갖자는 것이니 존경스럽지 아니한가. A 씨는 특히 운명이 불공평하다는 것에 대해 자주 분노하곤 한다. 불평등 또는 불공평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A 씨 얘기는 이만큼 하자. 문제는 그 사람이 올바른 생각을 가졌다고 봐야 하느냐다. 먼저 답을 얘기하겠다. A 씨는 공평과 공정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공평이란 결과가 같다는 뜻인 바 그는 원인이 다른 데도 같은 결과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공평하지만 공정하지는 않다. 공정이란 결과를 창출해내는 방식이 옳다는 것을 뜻한다. 똑같이 출발해 먼저 결승점에 들어섰으니 상을 주자는 것이고 남보다 잘 그린 그림이니 값을 더 쳐준다는 것이다. 이것이 공정이다. 중요한 것은 공정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역학자 김승호

운명은 공평하지 않다. 누구는 부잣집에 태어나고 누구는 가난한 집에 태어난다. 하지만 만약 운명이 공정하게 만들어진 것이라면 불공평에 대해 투덜거릴 필요는 없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더 평등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점이다. 다만 그런 노력과 별개로 개인의 운명만을 놓고 볼 때 일단 운명이 있고 그 이유가 공정하다고 믿어 보자는 것이다.(이유는 뒤에서 몇 번이고 밝힐 것이다.)

공정하게 만들어진 (공평하게가 아니라) 운명에 대해 불평만 하고 있다면 어떨까? 이는 영원히 운명을 개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운명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그저 미래를 말하는 것뿐이다. 잘 생각해야 한다. 운명이란 있든 없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유리하고, 공정하지 않을지라도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유리한 법이다. 인간이 병들었을 때 치료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없다고 생각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유리할까? 뻔한 문제다. 미래는 현재의 원인에 의해 짜이는 법이다. 현재는 과거의 원인에 의해 짜여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운명은 ‘이제부터’에 달려 있고 나쁜 운명은 고칠 수(치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은 그저 운명이 있다고 믿는 것이 몹시 합리적이란 것을 강조하고자 할 뿐이다. 이 말은 모든 것이 운명이라는 뜻이 아니다. 인생에는 우연이 반드시 존재한다. 하지만 인생은 우연만은 아니다. 미래는 어느 정도까지는 우연이고 어느 정도까지는 필연(운명)이다. 인생이 불행해지는 것도 갑자기 발생한 사건 때문일 수 없다. 미래는 과거의 원인에 의해 차츰 나타나는 결과일 뿐이다. 운명을 인정하면 사람이 겸손해지고 조심성도 생기고 멀리 바라볼 능력도 생기는 법이다. 그래서 공자님도 군자는 운명을 두려워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계곡 위에 선 듯 하라. 살얼음 밟듯 하라 등도 운명을 예의주시하라는 뜻이다.

지금 행복하다고 웃고만 지내다 보면 위험해질 수 있다. 또 현재가 불행하다고 해도 체념하거나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면 살길이 생길 수도 있다. 평소 희망을 품고 살아가면 좋은 길이 보이고 항상 조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불운을 피할 수도 있다. 운명의 조건은 공정하다고 믿어 보자. 그래야 노력도 결실을 볼 수 있는 법이다. 모든 것(운명)이 불공정하다면 세상은 이미 끝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살아 있지 않은가! 하늘이 불공정할까 봐 걱정하지 말고 운명을 개선할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주역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