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종교계 ‘새해인사’ 교환… 교류 물꼬 틀듯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 대한불교조계종과 조선불교도련맹(조불련) 등 남북의 종교단체들이 각각 교류 활성화를 다짐하는 새해 인사 서신을 교환해 종교계 남북교류의 물꼬가 터질 전망이다. 남북 당국 간 화해 분위기 속에 북의 미사일 도발 등으로 움츠렸던 종교계가 그동안 준비해온 교류계획을 시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NCCK는 북한의 조그련은 중앙위원회 명의로 “NCCK가 자주통일의 새 국면을 열어나가기 위한 활동을 적극 벌여 나가리라는 기대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신년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2일 밝혔다. 또 조그련 강명철 위원장은 이홍정 NCCK 총무에게 보낸 서신에서 이 목사의 총무 취임을 축하하고 교류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조불련 강수린 위원장도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앞으로 보낸 신년 서신에서 “희망찬 새해에도 무신불립(無信不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을 바탕으로 귀 종단이 더욱 발전하고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 아래 민족의 화해와 단합, 불교도들 사이의 연대가 강화되리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도 지난 성탄절에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좋은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성탄 카드를 교환했다.

지난해에도 남북관계는 경색돼 있었지만, 종교계는 국제종교단체 등을 통해 물밑 접촉을 유지해왔다. NCCK는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무산된 ‘8·15 광복절 기념 남북 공동 기도회’와 WCC가 주최하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협의회’를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또 3·1운동 100주년 기념대회 남북공동준비위원회 조직을 위한 논의도 계획하고 있다.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도 지난 2015년 소속 주교단이 방북해 북한의 장충성당을 복원하고 남측에서 정기적으로 사제를 장충성당에 파견해 미사를 봉헌하는 방안 등을 합의했었다. 이에 대한 남북 교회의 협의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도 지난해 무산된 금강산 신계사 복원 10주년 합동법회와 신계사 건축물 진단조사 및 보수 불사 등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처님오신날 및 8·15 남북불교도 서울·평양 동시법회, 북한 문화재와 전통사찰에 대한 공동조사와 발굴 등도 계획하고 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