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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4일(木)
국가 정체성 허무는 改憲 자문위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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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 문제를 두고 여야가 티격태격했는데, 언론을 통해 알려진 그 자문위원회의 헌법개정안 초안을 보니 대한민국호에 닥칠 대혼돈을 예고하는 것 같다. 대외적으로 북한은 핵탄두를 실어 나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공으로 미국과 맞짱 뜨겠다고 호언하면서 한·미 동맹을 와해시키고 공산화 통일을 완성하려 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음으로 돕고 있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상황이 이렇게 엄중함에도 내부적으로는 그 영혼을 팔아 사회주의 국가로의 혁명 전야를 마주하는 것 같은 현상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안보 위협 대처에도 모자랄 국민적 지혜와 에너지를 개헌(改憲)으로 소진하는 것부터 문제다. 개헌의 사유로 드는 여러 문제점은 결코 헌법의 탓이 아니다. 여야 정쟁 등 정치의 탓이며, 대통령의 제왕적 문화 때문이고, 양보와 타협 등 협치(協治)를 통해 법률로 풀 문제들이다.

자문위원회 초안이 국회 논의에 부쳐질 개헌안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혼을 팔아버린 초안이라 해야 마땅하다. 대한민국의 혼, 즉 정체성(identity)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시장경제에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말할 것도 없이 국민 개개인에게 모든 영역에서 기회를 균등히 하고 그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고, 이를 전체로 아우르게 하는 체제로서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게 했다.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이만큼 떳떳하게 서도록 만든 체제다. 혹시 통일을 염두에 두고 북의 인민민주주의를 포용할 수 있게 자유를 빼고 민주적 기본질서라고만 한다든지 비정규직 폐지, 정리해고 금지, 노동이사제, 동일노동·동일임금과 같은, 그러지 않아도 강성 노조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친노조적·반시장경제적 조항을 넣은 것은 대한민국의 혼을 사회주의에 파는 것과 다름없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대한민국이 처한 지정학적·안보적 상황을 고려하면 과연 현실적일지는 의문이다. 헌법재판소가 병역거부자 처벌을 합헌결정한 것은 여러 요건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것이지 그냥 허투루 한 게 아니다. 사형제 합헌결정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 사형 제도가 있는데도 실제로 사형 집행을 사실상 행하지 않은 지 오래다. 나아가 이 두 문제 모두 사회적 합의의 도달과 함께하는 법률 제정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사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보자는 그간 정치권의 끈질긴 개헌 당위론으로 이제 개헌은 마땅히 해야 하는 의제가 된 듯하다. 하지만 자기 계파의 이해득실 때문에 개헌의 중심이어야 할 특정 정부 형태의 합의에 여야가 쉽게 이르지 못하는 것을 보면 개헌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증명해 보이긴 어려워 보인다. 자문위의 초안만 봐도 국민발안·국민소환·사법평의회 등 개헌해야 할 항목이 왜 그리 많은지 이해하기 어렵다. 전면적 헌법 개정의 분위기에 편승해 지금 수많은 전면적 개헌안이, 특히 조직력 강한 좌파세력의 전면적 진보 개헌안들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국가인권위 안이 대표적 예다. 인권위 스스로를 헌법기관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동성애·동성혼의 합(合)헌법화를 꾀하는 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출산율이 떨어져 아동수당 등 출산장려 정책을 정부가 택하고 있는데, 이와 양립할 수 없게 된다. 정부 형태 중심의 ‘원 포인트’ 개헌도 국민적 합의 얻기가 지난한데 전면적 개헌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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