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확대일로 19세기 英사회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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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혼 / 새뮤얼 버틀러 지음, 한은경 옮김 / 김영사

산업화와 비인간화가 확대일로인 19세기 영국 사회를 풍자하는 작품이자 인공지능(AI)의 도래를 예견한 미래소설로 ‘1984’에 영감을 준 고전이다. 빅토리아 시대 소설가 새뮤얼 버틀러가 유토피아 소설과 상상여행 소설의 요소를 결합해 쓴 풍자소설로 이번에 국내 초역됐다.

150년 전, 영국 제국주의가 건설한 식민지에서 양치기로 살던 모험심 강한 청년이 높은 산맥을 넘어서 미지의 나라 에레혼에 당도한다. 에레혼(Erewhon)은 ‘nowhere’를 거꾸로 쓴 것으로, 이를테면 유토피아를 역으로 상징한다. 질병은 죄악으로 간주돼 병자는 처벌을 받는 반면, 범죄자는 죄의식도 느끼지 않으며, 이성보다는 부조리를 선호하는 이상한 나라. 이곳에는 기계가 모조리 자취를 감췄는데 기계가 진화해 인류를 위협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모든 기계의 씨를 말린 것이다. 기계파괴 운동의 단초가 된 논문의 개요를 주인공이 영어로 번역했다며 소개한 ‘기계의 책Ⅰ~Ⅲ’(23~25장)은 이 소설의 백미로 꼽힌다. 328쪽, 1만3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