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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5일(金)
共存사회로 가는 길 막는 ‘혐오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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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칼이 될 때 /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최근 한국사회 키워드된‘혐오’
소수자에 대한 차별·폭력 담겨
스마트폰 통해 너무 쉽게 확산

표현의 자유 침해할 소지 있는
규제·검열은 해결방법 아니다


“우리나라 여자들이 다 ‘취집’(여성이 결혼해 전업주부가 되는 것)을 해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낮다.”

“사랑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 대학교 총여학생회가 강의 도중 나온 혐오 발언을 공개한 내용이다. 조사 기간인 열흘 동안 제보받은 것만 수십 건. 이에 따르면, 강의실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이 적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혐오는 지난 1∼2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키워드였다. 혐오시설, 혐오식품처럼 사물을 수식하는 데 그치던 이 말은 2010년대 초반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 논쟁으로 번졌고, 2016년 5월 17일 발생한 서울 강남역 부근 화장실 여성 살해 사건으로 공론화됐다. 이후 혐오는 표현의 한계와 자유, 법적 규제와 예외 사이에서 끊임없는 논쟁을 거듭해왔다.

그렇다면 과연 혐오란 무엇이며, 왜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법철학자인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보여주고 있다. 엄연히 존재하는 혐오와 차별의 현실을 꼬집으며 적대적이고 폭력적인 혐오를 변화시킬 가능성을 모색한다. 문제는 혐오 자체가 아니라 혐오표현이며, 이를 넘어설 때 비로소 공존 사회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혐오표현은 싫고 미워한다는 뜻의 혐오와는 다르다. 감정적으로 싫은 것을 지나 어떤 집단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파란 옷을 입은 친구에게 “파란 옷이 싫다”고 하면 그건 예의에 어긋날지언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무슬림의 여성 복장인 차도르를 쓴 사람에게 “차도르가 싫다”고 한다면 무슬림이 소수자로서 차별받는 상황에서 이 말은 폭력이 될 수 있다. 혐오표현이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인 것이다.

인터넷과 미디어에서 분별없이 쓰이는 ‘맘충’ ‘노키즈존’ 등의 용어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표현의 가장 대표적 사례다. 많은 사람이 맘충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로 비상식, 민폐, 무개념 등을 떠올렸다고 한다. 아이 엄마의 이미지가 예의 없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기피 대상으로 고착화한 것이다. 한술 더 떠 노키즈존은 아이와 엄마에 대한 혐오를 실행에 옮긴 것이므로 그 자체로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이와 엄마가 차별 없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와 엄마가 인격체로 존중받고 있는지를 되짚어야 한다. 그러면 맘충 따위는 농담으로 넘길 수도 있다.

혐오표현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당사자가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며, 다양한 수위의 차별과 폭력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또 혐오와 차별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타고 너무 쉽게 확산한다. 특정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한 번 발화되면 어느 순간 그게 사실로 굳어지고, 또 다른 차별을 부르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하지만 혐오표현의 해악과 처벌을 말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표현의 자유다. 혐오표현이 표현에 머무는 한 함부로 제한돼서는 안 된다. 혐오표현의 문제는 늘 표현의 자유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 인종주의가 초래하는 위험에 주목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표현에 대한 규제가 가져올 부작용이나 검열의 위험도 적지 않다.

따라서 혐오표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이고 다양한 층위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망치를 휘두르는 식의 금지와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대신 저자는 혐오표현을 격퇴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더 지지하는 쪽을 제안한다. 즉, 희생자와 지지자들에게 혐오표현 행위에 대응하게 하는 실질적·제도적 지원을 함으로써 혐오표현을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자유로운 표현으로 혐오표현에 맞설 때 그 효과는 가장 커질 수 있다. 264쪽, 1만4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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