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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5일(金)
貧者의 박탈감이 ‘포퓰리즘 독재자’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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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6년 5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한 쓰레기장에서 노인들이 버려진 감자와 과일 가운데 먹을 만한 것을 골라내고 있다.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에서는 독재적 좌파 정부가 빈부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장기집권했지만, 결국 포퓰리즘 정책 남발에 따른 재정 고갈에 더해 글로벌 저유가 현상까지 겹쳐 국가 경제가 파탄 났다. AP연합뉴스
민주주의 위협하는 貧富격차

佛 ‘세계불평등보고서’ 지적

상위 1%, 1980~2016년까지
실질소득 증가분의 28% 가져
하위 50% 계층은 9%만 얻어

불평등 계속 방치하면 ‘파국’
대중 불만 이용해 권력 장악
독재자 탄생이 최대의 리스크


빈부 격차의 확대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각국이 소득 불균형을 시정하고 재분배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 서구사회에서 빈부 격차 확대가 경제적 영역을 넘어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정치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글로벌 경제 성장과 사회복지 시스템 확충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저소득층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지 않지만, 1% ‘가진 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99% ‘없는 자들’의 대중심리를 이용한 독재 체제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진 자들이 부(富)를 독식한다

사회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 유산을 갖고 있는 프랑스에서 파리경제대학원 세계불평등연구소(WIL)는 지난해 12월 말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World Inequality report 2018)’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80∼2016년까지 37년간 미국과 캐나다, 서유럽 등의 지역에서는 실질소득 상위 1%가 총 실질소득 증가분의 28%를 가져갔다. 반면 실질소득 하위 50%가 실질소득 증가분에서 차지한 비율은 상위 1%의 점유율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에 그쳤다.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상위 1%는 점점 더 부자가 되고, 팍팍한 생활로 힘겨운 하위 50%는 나아진 것이 그다지 없는 셈이다.

부자들 사이에서도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다. 상위 0.1%(760만 명) ‘슈퍼 리치’들은 같은 기간 실질소득 증가분의 13%를 가져갔다. 상위 0.001%(7만6000명) ‘울트라 슈퍼 리치’들이 가져간 몫은 전체의 4%나 된다. 모두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단일 국가로 보면 소득 불평등 현상이 가장 심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상위 1%의 소득 증가분은 하위 88%의 증가분과 같은 수준이었다. 유럽연합(EU)의 주요 경제권인 서유럽에서도 상위 1%의 소득 증가분은 하위 51%의 증가분과 같았다. 소득의 빈부 격차 수준은 이른바 후진국 또는 개발도상국도 다르지 않다. 지난 2016년 국가소득에서 상위 10%의 몫은 중동이 61%로 가장 많고 이어서 인도(55%)와 브라질(55%),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54%) 순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평등 추진 정권’이 전혀 없었던 이들 나라에선 과거부터 지금까지 최악의 불평등 수준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비밀은 주식·부동산·각종 정책

소득 불평등 확대의 원인은 다양하고 국가별로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부자들이 가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세제 등 각종 정책도 부자들에게 유리하게 운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혜택은 부자들, 특히 상위 0.1% 슈퍼 리치들이 가장 많이 누렸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 부자 1·2위를 다투는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CEO 제프 베저스의 보유 자산 가치는 2016년 330억 달러(약 36조 원)였으나 아마존 주가가 폭등하면서 지난해 988억 달러(약 108조 원)로 불어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포함한 세계 5대 부자들의 재산을 합하면 무려 4250억 달러, 463조 원에 달한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단합된 정치적 행동이 없으면 소득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며 “불평등을 방치하면 정치·경제·사회적 파국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대로 가면 서구사회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현재 20%인 상위 1%의 소득 비중이 2050년에는 24%를 차지할 전망이다.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하위 50%의 몫은 같은 기간 10%에서 9%로 낮아질 것으로 추계됐다.

◇포퓰리즘 독재가 사회를 위협한다

빈부 격차가 확대된다고 해서 당장 빈곤층의 생존·생계가 위협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의 빈곤층은 비교적으로 가난하다고는 해도 최저 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다”면서 “현대의 국가들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시정하도록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각국에 따라 적극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세금과 사회보장이 격차를 축소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FT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져올 파괴적인 영향을 지적했다. 지속적인 소득 불평등 확대로 현재 고소득 국가에서 19∼20세기에 걸쳐 실현된 보통선거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부자도 빈자도 정치에서는 같은 1표인 만큼 대중의 빈부 격차 불만을 이용한 ‘포퓰리즘 독재’가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망령이 공산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FT는 “상위 부유층이 계속해서 많은 부를 점유하는 현상은 사회 평화 유지에 불길한 징조”라고 경고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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