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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학용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5일(金)
‘기업혐오증’ 빨리 털어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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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소득주도성장 더 밀어붙일 기세
左편향 사회주의적 개헌도 시도
“현 정부 탈레반이지 政府 아냐”

올해, 경기 再침체기 서막일 수도
기업 팔팔해야 경제·나라도 살아
‘反기업’조장 접고 해소 앞장서야


한국의 진보정권은 ‘초기 경제 운(運)’만큼은 타고난 것 같다. 경제가 바닥을 친 뒤 턴어라운드할 때쯤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환란 직후인 1998년 2월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그랬고,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사스 불똥’까지 튀어 분기 기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2003년 1분기 출발한 노무현 정부도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박 운’이다. 세계 경제가 상승세일 때 정권을 잡았다. 집권 1년 차 지표는 기록의 연속이다. 지난 한 해 수출액이 5739억 달러로, 61년 만에 최대다. 학수고대하던 연 3%대 성장도 이뤄졌다. 주가도 사상 처음 2500선을 뚫었다. 세수도 호조다.

자신감 때문인지 문 정부는 ‘족보’에도 없는 소득주도 성장을 올해 더 몰아붙일 기세다. 그 판단 근거는 ‘새해 경제정책 방향’이다. 나쁜 지표인데도 삶의 질이 OECD 국가 중 최악이라는 점을 스스로 집중 부각했다. 도표도 곁들였다. 분배의 다른 이름인 ‘사람 중심 경제’의 필연성을 환기하려는 의도일 게다. ‘최저임금 1만 원’ 안착 의지와 ‘만사세통(萬事稅通)’ 원칙도 확실히 했다.

소득성장은 문 대통령의 ‘효자 공약’이다. 뒤탈이야 어찌 됐든 밀어붙일 수밖에 없을 테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한 맹신(盲信)에 빠져 물불 안 가린다면 큰일이다. ‘최저임금 역습’에 휘둘린 영세 자영업자·중소기업의 단말마 비명이 지금도 하늘을 찌르지 않는가. 이런 판국에 정부는 정책 방향에 ‘소득·혁신성장 정책효과가 성장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는 ‘셀프 분석’까지 넣었다. 영혼 없는 관료의 기시감이다.

혹 문 정부가 최근 성적표에 자만한다면 오산이다.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한 개 얹은 셈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새해 경제다. 올핸 J노믹스 효과가 온전히 반영된 성적표가 날아든다. 한데, 전망은 잿빛 일색이다. 체질 개선 없이 수치만 좋게 나올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경고도 들린다. 아킬레스건도 여전하다. 경제주체의 과(過)부채는 마냥 증가세다. 신성장동력 창출과 양극화 해소는 횡보 수준이다. 인구문제도 해결 난망이다. 청년실업은 악화일로다. 원화 가치 급등과 유가·금리 오름세는 발등에 불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번 ‘상승운’은 타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가정신이 팔팔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나라도 산다. 기업이 죽으면 투자도, 고용도, 소비도 다 죽는다. 이게 본류(本流) 경제 이론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와 여당은 집권 이후 내내 기업인을 잠재적 죄인으로 낙인찍고, 잡아가고, 조사하고, 겁박하고, 기업에 세금 때리고, 친노동을 강요하고, 임금인상을 으른다. 이런 역경에서 기업활동이 정상적이라면 기적이다.

이도 모자라 정치권은 기업활동 자유를 침해하는 ‘좌편향 사회주의적’ 개헌안을 만들려 하니 기가 찰 뿐이다. 역대 대통령이 불가피한 일이 없는 한 늘 참석했던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문 대통령이 불참한 점도 이 정부의 독한 ‘기업혐오’를 대변한다. 바로 그날 구조조정 실패의 단적 사례로, 세계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대우조선을 방문했다. 목적이 순수하다고 해도 납득 불가다. 지방선거용 ‘코드구조조정’의 서막으로도 읽힌다.

경제만이라도 성공한 문 정부이기를 바라면서 딱 하나만 당부한다. 이 정부 들어 유독 기승을 부리는 ‘3대 반감(反感)’이 있다. 반미·반부자·반기업이다. 이 중 ‘기업 저주’ 수준의 반기업정서 조장부터 당장 멈추라.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라. 대기업도 자진해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반기업정서 극복에 나서겠다”고 다잡은 지금이 적기다. 기업을 돕는 양 어정쩡한 혁신성장을 내세우며 요란도 떨지 말라. 벤처기업이 주역, 대기업은 들러리인 혁신성장은 ‘곁다리’다. 본말전도다. 규제만 켜켜이 쌓으려는 ‘적폐 정책’도 청산하라.

늘 중도 입장을 견지하는 전직 경제 장관이 며칠 전 불쑥 던진 말이 귓전을 때린다. “현 정부는 탈레반이지 정부가 아니다. 소수 권력이 자신들만의 이념으로 똘똘 뭉쳐 선배들이 어렵사리 쌓아온 경제탑(塔)을 마구 흔들어댄다.” 요즘 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립다는 기업인이 많아 그의 흔적도 찾아봤다. “기업 하기 아주 좋은 여건을 조성하는 데 대통령의 모든 힘을 쏟겠다. 기업이 정부보다 강하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유력 경제지와 가진 인터뷰 기사 중 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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