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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5일(金)
배터리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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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자동차 초창기였던 1900년대 초만 해도 가솔린과 전기, 증기로 움직이는 차가 도로에 혼재했다. 압도적 승자 없는 주도권 다툼에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도 끼어들었다. 1904년 기존 납축전지보다 효율이 233% 높은 니켈 철 전지를 시판했지만, 기술적 하자가 터져 나오면서 궁지에 몰렸다. 그러는 사이 가솔린 차는 엔진 성능을 급속히 개량하면서 전기차를 완전히 추월했다. 전기차는 시장에서 사라졌으나 배터리 기술은 타 산업으로 옮겨 진화를 계속해왔다.

모바일 혁명을 이끈 리튬이온 배터리는 1991년 소니가 상용화했다. 모터 구동에 전기가 많이 필요한 워크맨 등의 편의성을 고민하다 얻은 성과다. 기존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탁월한 성능으로 부피를 줄였고, 방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전하면 용량이 줄어드는 ‘메모리 효과’도 극복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당시 막 떠오르던 휴대전화의 ‘심장’이 되면서 일약 스타가 됐다. 1994년 리튬이온 배터리를 처음 달고 나온 모토로라 마이크로텍의 무게는 111g, 1982년 발표된 노키아의 9.8㎏ ‘벽돌폰’에 비해 99%나 감량했다.

리튬이온은 20년 넘게 주력 배터리 지위를 지켜왔지만, 모바일 기기의 기술 약진을 쫓아가지 못하는 게 약점이다. 그 사이 배터리 성능은 불과 2배 남짓 향상됐을 뿐이다. 고성능 카메라, 풀 HD, 3D 터치 등 갈수록 스마트폰 기능이 추가되면서 전력 소비는 되레 커지고 있다. 사용시간을 늘리자고 배터리 부피를 키우면 디자인과 편의성에 문제가 생긴다. 배터리 딜레마다.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문제의 아이폰 배터리는 500회 이상 충전하면 최대 용량이 80% 아래로 떨어진다. 애플은 아이폰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을 막으려고 처리속도를 늦추는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배터리 용량을 넘어서는 과부하가 근본 원인인데, 2016년 삼성 갤럭시노트7 파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배터리 리스크다. 애플의 문제는 사용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고, 사후에도 변명과 무성의로 일관한다는 점이다. ‘해킹과 다름없는 행위’ ‘신제품 팔려는 꼼수’란 비난이 나온다. 애플의 독선과 폐쇄성은 한때 신비주의로도 비쳤지만, 스티브 잡스의 혁신 자기장이 걷힌 지금 불통의 주범이 됐다. 애플에 닥친 진짜 위험은 부실한 배터리보다 시장의 불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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