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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5일(金)
김정은의 독 발린 올리브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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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부장

집권 7년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에 광분해오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계기로 한반도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김정은의 국면전환과 판 흔들기용 평화 대공세는 이미 예상된 수순인데도 한·미 정부의 반응은 대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대화 제안에 대한 응답”이라고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미국 정부는 대화는 하더라도 최대의 압박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의 무기는, 극도의 핵전쟁 공포심과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반전 여론에 편승한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들쑤시는 전략이다. 한국민과 세계인에게 올림픽의 안전과 흥행을 보장하며 크나큰 시혜를 베푸는 듯한 통 큰 민족주의적 행보 뒤에,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밀 청구서 등 치밀한 각본에 말려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현 국제 정세에 가장 불안해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김정은 자신이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지난해를 ‘최악의 난관’이라며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고립·압살 책동이 극도에 달해 우리 혁명은 유례없는 엄혹한 도전에 부닥치게 됐다”고 했다. 국제사회 대북압박 ‘고사작전’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고백이다. 김 씨 왕조 체제를 지탱하는 물적 토대가 뿌리째 흔들리는 체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화국면 조성을 시도하고 있다. 김정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소생한 김정일 위원장의 부활 신화를 다시 쓰려 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국제사회의 초강력 경제 제재와 더불어 핵·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다 보니 김정은의 통치자금은 고갈됐다. 1990년대 중반 김정일 시대 3조∼5조 원대의 통치자금은 마약, 위폐, 담배 판매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으로 충당했다. 남한에서 충당하던 캐시가 끊긴 데다, 위안화 기축통화로 중국에서 마약 판매, 위폐 사용이 힘들어졌다. 매년 10억 달러 해외 노동력 송출 자금마저 끊겼다. 김정일 시대 매년 2조 원을 통치자금으로 쓰고 2조 원을 채워 넣던 시스템이 붕괴됐다. 김정은이 당·정·군 핵심간부들에게 지급할 통치자금을 줄 수 없게 되자 후견 충성세력의 ‘입’을 줄이려 숙청을 하는 극약처방까지 써야 했다. 1990년 중반부터 당 조직부부장으로 3대 세습인사 포석을 깐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장성택 처형을 주도했던 김원홍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을 군 간부 뇌물문제 등을 이유로 숙청했다.

구소련이 붕괴된 것은 결국 공룡처럼 비대해진 군수산업을 지탱하느라 파탄에 처한 경제가 주원인이었다. 북한은 구소련의 전철을 밟고 있다. 김정은의 노림수는, 북한 핵·미사일 동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협상과 맞물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로 남한으로부터 캐시박스를 확보해 어떡하든 부족한 통치자금을 벌충하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없이 어정쩡한 동결 협상으로 핵무력 완성의 시간 끌기에 빌미를 제공하고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이 흔드는 독이 발린 가짜 올리브 가지(평화 대공세)에 현혹되면, 북핵 폐기는 물 건너가고,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민족사적 사변’이 우리를 엄습할 것이다.

csjung@
e-mail 정충신 기자 / 정치부 / 부장 정충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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