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훈련 연기, 올림픽 국한하고 ‘北제재 혼란’ 없어야

김정은 신년사 발표 사흘 만인 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통화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남북대화 재개에 들뜬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제재를 각개 격파하려는 북한의 전술에 말려선 안 된다는 미국 측의 기류가 확연히 갈리면서 ‘동맹의 불화’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미(韓美) 정상은 일단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에 합의했다. 예정된 훈련 기간이 동계올림픽 일정과는 무관하고 패럴림픽과 며칠 겹친다는 점에서 그 정도의 조정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에 국한돼야 한다.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된 만큼 연합 훈련도 더욱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강력한 입장이 남북대화로 이어졌다는 점, 남북대화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확약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분위기 차이는 여전하다. 백악관 측은 “두 정상은 최대 압박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패럴림픽 폐막 이후의 훈련 재개를 강조하면서 “(대화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훈련 연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매티스 장관 언급처럼 패럴림픽과 겹치는 며칠일 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연습은 통상 2월 말에서 3월 초에 열렸다. 이번 연기는, 남북 요인에 따른 것으로는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직후인 1992년 팀스피릿 훈련 중지 이후 처음이다. 반드시 3월 중·하순엔 시작돼야 한다.

북한은 김정은 신년사는 물론 남북 직통 전화 재개통 이후에도 한·미 훈련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커다란 압박이란 반증이다. 현 정부 내에서 훈련 규모 축소는 물론 여러 훈련의 통·폐합 얘기까지 나오는 것은 이적(利敵) 행태나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결과적 쌍중단’ 주장을 펼치고 있다. 훈련을 미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을 고려할 때, 팀스피릿 수준으로 확대·강화하는 게 옳다. 한편,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이 커진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 지원 등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교란을 일으켜선 안 된다.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은 북핵 폐기 때까지 흔들림 없이 계속돼야 할 대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