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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7일(日)
희망이 없다…한국 30대는 ‘집단우울증’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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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취업·주거 불안에 삶의 만족도 최하…“사회적 지지·파격적 정책 필요”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박모씨는 최승자 시인의 시 ‘삼십세’의 한 구절을 보고 무릎을 쳤다. 올해 만 나이 30살, 직장인 3년차인 박씨는 “대학도 나오고 직장에 취업도 했지만 뭔가 해놓은 게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며 “그렇다고 지금 무엇을 새로 시작할 수도 없는 게 딱 그 상태였다”고 말했다.

비단 박씨만의 생각이 아니다. 우리나라 30대는 삶의 만족도는 물론 미래에 대한 기대수치도 낮다. 힘차게 가정과 사회의 기반을 닦아야 하는 ‘이립(而立)’의 나이, 한국사회 30대의 어깨가 축 처져있다.

◇30대, 모든 영역 불만족…희망 수준도 낮아

한국사회에서 30대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비관적인 세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영리 민간연구소 희망제작소가 지난해 11월20일부터 24일까지 전국 만 15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시민희망인식조사’ 결과다.

시민희망지수는 2016년 희망제작소가 자체 개발했다. 개인·사회·국가·세계 등 4개 분야와 각 분야별 5가지 항목에 응답자가 매긴 점수에 따라 계산된다. 분야별 만점은 10점, 항목별 만점은 5점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30대는 현재 삶의 만족도·정신 신체의 건강·경제상태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평균보다 0.14~0.35점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불만족’ 상태인 것이다.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한 희망 수준도 낮았다. 개인(5.96점)·사회(4.86점)·국가(5.43점)·세계(4.83점) 등 4개 분야에 대한 희망점수가 모두 평균을 밑돌았다.

올해 뿐만이 아니다. 2016년 조사한 희망지수에서도 삶에 대한 만족도 3.01점으로 40대와 같은 점수로 가장 낮았다. 희망 유무 부분에서는 3.55점을 기록하며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이런 30대를 두고 희망제작소는 “집단우울증을 의심할 만큼 모든 항목에서 만족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취업 준비기간 길어지며 성년기 진입 나이 상승…“초조·불안 더해져”

올해 30살이 됐다는 김모씨는 “나이 한 살을 더 먹었을 뿐이라 별 것 아닌데 앞자리가 ‘3’으로 바뀌니 기분이 다르다”며 “주변에서도 ‘이제 30대’라면서 의미를 부여하는데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30대라는 나이가 유독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1994년 출간된 최미영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그해에만 50만부가 팔렸다. 서른살과 삼십대를 키워드로 하는 문학서적은 물론 자기계발서도 많다. 30대를 인생의 변곡점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는 증거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감기 등 반응 증세가 나타나듯 발달심리학적으로 시기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라며 “청년기 진입 시기에 사춘기를 겪듯 성인 초기시절에도 나름의 진통을 겪는데 우리나라는 대학입학 연령 및 군대 등으로 인해 그 시기가 30대로 설정돼 왔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최근에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과거에 비해 성년기 진입 나이가 상승했다”며 “‘나이 문화’가 존재하는 한국사회에 있다보니 30대에 초조함, 불안함 등의 인식이 더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80년대생들의 특성일 수도…“불안 체화 세대”

현재 나타나는 30대 우울함은 세대적 특성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입시에서부터 사회 생활에까지 지금 80년대생들은 ‘불안’을 체화하고 있는 세대”라며 “삶에 대한 만족도는 물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대학 입시에서부터 취업, 사회생활 모두 힘든 시기를 겪은 80년대생의 특징이라는 이야기다. 30대 초·중반인 이모(32)씨와 음모(35)씨, 고모(36)씨 모두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음씨는 흔히 말하는 ‘이해찬 세대’에 속한다. 급격한 교육제도 변화의 영향을 받은 세대다. 음씨는 “본격적으로 수시 제도가 나타나는 등 변화는 많았지만 시스템이 정립돼 있지 않아 혼란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수시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과 방법이 학교마다 모두 다른데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05학번인 이씨는 수학능력시험에 표준점수제도가 도입됐을 때 대학에 입학했다. 이씨는 “표준점수가 결국 변별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학습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며 “갑자기 사회과목을 선택해서 봐야하는 등 혼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혼란스러운 대입 시기 후에는 본격적인 ‘스펙’ 경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펙은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등을 합한 것을 의미한다.

02학번인 고씨는 “기업 채용 규모가 줄면서 소위 스펙이란 개념이 등장했고 토익 광풍이 불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문제는 어느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음씨는 ‘편입’ 열풍을 기억했다. 그는 “2006년도부터 편입 붐이 인 것 같다”며 “기업에서 스펙을 따지기 시작했고 출신학교 또한 중요 스펙이어서 편입을 알아보고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겨우 직장을 잡았지만 취직 후의 삶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결혼해 서울에서 맞벌이를 하는 음씨는 “둘이 같이 벌어도 월급은 현상유지 정도지 인생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라며 “아이 양육 비용에 수입 자체가 줄기도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인생을 계획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취업한 이씨는 “취업 후에도 취업준비생(취준생)과 비슷한 것 같다. 취준생이 좋은 직장으로 취직하는 것이 목표라면 직장인은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것이 꿈”이라며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경제적 스펙이 필요하다. 언제쯤 이 스펙 쌓기가 끝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 주거·결혼·고용 등 30대 대책 마련해야”

희망제작소는 보고서에서 30대를 두고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운 30대’라고 부르며 “사회적 요구를 분출하는 핵심계층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으나 그 요구를 분출할 힘도 없이 사그라지는 불꽃이 되지 않도록 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도 30대에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 교수는 “지금 30대들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변화를 원하는 욕구도 있다”며 “정부가 현재 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주거, 결혼, 고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 정부 정책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바로 30대가 마주한 문제들”이라며 “이미 저출산·주거 문제 등에 정책을 내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좀 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고강섭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30대 문제는 ‘청년 문제’로 엮여있다”며 “그러나 사실상 20대의 대학 진학 및 취업 관련 정책에 집중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20대의 대학 문제 만큼이나 사회적으로 30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지를 표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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