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오르자… 편의점에 한국말 못하는 외국인 알바

- ‘인건비 줄이기 편법’

시급 안올려줘도 신고 어려운
외국인 유학생으로 알바 교체

“아포카토 주세요” “네?…”
소통 능력·숙련도 떨어지지만
부담 커진 점주들 ‘고육지책’

“아포카토 주세요.”, “아메리카노요?”, “아뇨, 아포카토요.” “네? 아보......?”

올해 1월부터 시간 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가 오른 가운데 일각에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외국인으로 교체되는 엉뚱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탈·편법을 부추기는 역풍이 이어지고 있다.

8일 서울 강남대로 인근의 한 편의점에서 음료 행사상품인 아포카토를 주문하자 아르바이트생은 아메리카노 결제한 뒤 뜨거운 음료용 종이컵을 내밀었다. 두세 번 다시 말했지만 알아듣지 못해 아르바이트생을 불러 “여기 써 있는 것이 아포카토”라고 팻말을 가리키자 그제서야 품목을 찾아 계산했다.

그러나 아포카토 속에 들어있어야 할 아이스크림을 찾지 못했고 결국은 환불할 수밖에 없었다. 환불 처리도 결제 후 영수증을 주지 않은 채 “뭘 사셨죠?”라고 되묻는 등 우왕좌왕했다. 조금 전 과자와 음료를 결제하고 간 한 20대 남성이 돌아와 영수증을 요구했으나, 그 점원은 알아듣지 못하고 되묻자 포기하고 돌아 나갔다. 이 편의점에선 지난해 젊은 한국 남성 두 명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모두 20대 중국인 여성으로 바뀌고 야간에는 점장이 편의점을 지킨다.

이처럼 숙련도나 손님과의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데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외국인으로 교체한 것은 점주들이 이들에게는 인상된 최저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시기가 대학 방학철과 맞물리면서 유학생들로 아르바이트가 교체되는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유학생들은 학생 비자로 입국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유급 노동을 할 수 없다.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각종 절차가 필요하지만, 고용 규모가 작은 일선 편의점과 식당 등에서는 이를 따지지 않는 대신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주고 고용하고 있다. 점주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외국인 유학생들은 신고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한 점주는 “최저임금 상승폭이 너무 커서 당장 점주들의 부담이 커졌다”면서 “시급을 올려주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