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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 속 ‘사랑과 운명’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8일(月)
“지난밤 그 놈 못잊어”… 적나라한 조선의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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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보 제135호인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중 소년전홍(少年剪紅). 길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남녀. 다급한 표정의 남자와 엉덩이를 뒤로 빼고 버티는 여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 유교국가 조선의 민낯

性표현 적나라한 기록 많아
여성도 경험 생생하게 적어


우리는 조선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매우 고리타분하고 성(性)과 관련된 이야기는 숨겨왔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전통시대 사람들에게 성은 과연 수양의 대상이며 숨겨야만 하는 문제였을까? 그러나 상당히 많은 기록에 그들의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 널리 읽힌 사설시조에는 당시의 자유로운 성 풍속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들이 많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 문인이었던 심노숭(沈魯崇·1762∼1837)은 다른 어떤 문인들보다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기록했다. 그가 유배 시절에 지은 ‘남천일록(南遷日錄)’ 1804년 3월 27일 자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내가 평생 가장 괴로워한 것은 성욕을 억제하지 못함이 남들보다 지나친 것이었다. 내 나이 서른 살 이전에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집착하여서, 성욕과 관련된 일이라면 세상에 창피한 일이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였다. 치열하게 스스로 반성하고 극복하려 했지만 끝내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일찍이 내가 세상의 모든 일에 거의 모두 자신이 있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으니, 대개 실상이 그러하였다. 서른네댓 살 되어 기력이 빠지기 시작하였지만 마음만은 여전하였다. 신유년(1801년·40세) 이후로는 기력과 마음이 아득히 사그라진 재처럼 되었다. ”

그는 일기에서 서른 살 이전에 성욕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담을 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혈기 넘치던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스스로도 도가 지나치다 생각하고 성욕을 억누르려 노력하였지만, 마음먹은 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성욕이 사라지는 자신을 사그라진 재에 비유했다.

영조 때 김천택이 편찬한 가집 ‘청구영언(靑丘永言)’에는 마흔이 다 된 노총각이 처음으로 여인과 하룻밤을 보낸 정회를 읊은 사설 시조도 있다. 첫 경험에 낯설고 당황스러워 죽을 뻔, 살 뻔하다가 무작정 달려들었더니 결국엔 성공하게 된 짜릿함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반(半) 여든에 첫 계집질을 하니 흐릉하롱 우벅주벅 죽을 뻔, 살 뻔하다가, 와당탕 달려들어 이리저리하니 노도령(老道令)의 마음 흥글항글, 이 재미 일찍 알았던들, 길 적부터 할 것을.”

이 재미를 일찍 알았더라면 기어 다니던 어린 시절부터 할 것을 이제야 경험하게 된 것을 후회하는듯한 마지막 종장의 표현은 백미이다.

그렇다면 전통시대 남성만 이렇게 성 이야기에 개방적이었을까? 청구영언의 또 다른 기록이다.

“지난밤에 자고 간 사람, 아마도 못 잊어라, 와야(瓦冶)놈의 아들인지 진흙에 뽐내듯이, 두더지 영식(令息)인지 샅샅이 뒤지듯이, 사공(沙工)의 정령인지 상앗대로 찌르듯이, 평생(平生)에 처음이오, 흉하고도 얄궂어라. 전후(前後)에 나도 무던히 겪었지만 정말 맹서(盟誓)하지, 지난밤 그놈을 차마 못 잊어 하노라.”

하룻밤을 보낸 이름 모를 남성을 잊지 못하는 여인의 경험을 생생하게 적었다. 적지 않은 남자를 경험했지만, 지난밤 함께한 그는 특히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기왓장이의 아들이 진흙을 주무르듯이, 두더지 자식이 뒤지듯이, 사공이 상앗대로 찌르듯이 노련했던 그와의 성행위를 비유적으로 생생히 표현했다.

성에 있어서 엄격한 유교 국가에서 백성들의 성에 대한 관념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유로웠음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엄격한 규범도 남녀 간의 음양의 조화를 넘어서긴 힘들었을 것이다.

하은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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