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찬 교수의 중국어와 중국 문화>국익 앞에 ‘大國다운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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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 언론에서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아무리 중국에 대해 애정과 관심이 많다 하더라도, 국익 앞에서는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국익 앞에서도 흔들린다면 그게 매국노 아니겠는가?

그런데 중국에 대한 비판 가운데서 개인적으로 유난히 거슬리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대국답지 못한 중국’이란 표현이다. 물론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되나 과연 공개적인 언론에서 써도 되는 표현인지 의문이다.

‘대국(大國)’은 ‘큰 나라’라는 표현이다. 대국의 기준이 국력인지 영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유독 중국에 대한 보도나 논평에서 대국의 논리를 앞세우는 듯하다. 대국답게 행동하라는 말은 아마도 큰 나라답게 아량을 베풀라는 의미일 것이다. 대기업이 대기업다운 행동을 하라는 논리와 같다. 과연 대기업이 손해를 보더라도 대기업다운 행동을 할지는 의문이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경제는 자본의 논리로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국제사회도 힘의 논리로 움직인다. 대국의 힘은 막강하다. 그들은 이런저런 논리를 내세우지만 결국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대국들도 마찬가지다. 신사의 나라 영국은 마약 때문에 중국을 침범하기도 했다. 미국도 북한 핵위기를 말하면서도 무기 수입이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같은 경제문제를 함께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과연 대국답게 행동하는 대국은 어느 나라인지 의문이다. 현실 속에서는 대국다운 대국은 없다.

사실 대국논리의 출발점은 중국이다. 고대 중국의 외교정책은 대국논리를 실천했다. 조공문화라고 하면 주변국에서 중국에 물품을 바쳤을 것으로만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조공은 중국 황실의 부담이었다. 그 이유는 언제나 조공을 받으면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답례해야 대국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너무 자주 조공을 보내니, 보내지 말라고 전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조공 물품보다 답례 물품이 더 많다는 사실을 간파한 일부 주변국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일 년에 서너 번씩 조공을 보냈기 때문이다.

대국 논리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중국이 대국이라면 자연히 상대국은 소국(小國)이 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소국답게 행동해야 한다. 소국답게 대국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논리의 역습이다. 힘의 차이는 인정한다고 해도, 외교는 언제나 동등한 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대국론’을 내세우는 것은 외교를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지고 들어가는 셈이다. 상대가 강대국이란 현실을 부정하자는 말이 아니다. 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국익을 위해 주체적 노력으로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는 말이다.

한·중 관계에 있어서 대국 논리를 찾는 것은 너무 낭만적이고 사대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아닌가 한다. 사자에게 쫓기는 영양도 최선을 다해 사투를 펼친다. 때론 오히려 사자가 부상하기도 한다. 그래서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라고 해도 사냥할 때는 언제나 조심하는 법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국 논리가 아니라 냉철한 판단과 대비가 아닐까 한다. 아무리 작아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듯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이라도 대국논리는 벗어버렸으면 한다. 작아도 당당한 대한민국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