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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8일(月)
적폐청산의 정치 도구화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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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교수 정치학

지난 주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트위터에서 올해 일 년 동안 적폐청산을 멈춰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추 대표는 적폐청산의 ‘피로감’을 적폐세력의 ‘필요함’으로 읽겠다는 말로 민주당과 가까운 정치 원로들이 언급한 적폐청산 속도 조절론을 반박했다. 추 대표는 다수의 국민이 적폐청산을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초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보면 새해 정부의 우선 과제로 적폐청산을 꼽은 비율이 31.2%로, 2위인 일자리 확충(17.3%)보다 월등히 높다. 그런데 이 조사 결과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70% 가까운 국민이 적폐청산 이외의 다른 과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의미다.

모든 집단에서 적폐청산 과정에 대한 지지 비율이 높은 건 아니다. 적폐청산에 대한 의견은 당파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같은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49.5%가 적폐청산을 우선 과제로 보는 데 비해 자유한국당 지지자 중에는 단지 5.5%만이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적폐의 대상을 지난 두 번의 보수정권으로 삼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당파성이 없는 무당파의 의견은 어떠한가. 무당파의 27.9%는 일자리 확충이 정부의 최대 역점 과제라고 답했으며, 6.4%만이 적폐청산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그 기간에 대해서도 무당파의 39.9%는 기간을 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보지만, 43.4%는 (지난해) 연내에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의 정서는 정부가 적폐청산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른 당면 과제에도 신경을 써야 함을 보여준다.

정부는 적폐청산 범위와 기간에 관해 아무런 테두리도 정해 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 표명을, 적폐청산을 반대하거나 중단하자는 것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의 추진 의도를 따르지 않으면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간주하겠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위험하다. 오히려 건설적 제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속도 조절론을 살펴보면 다음 단계 제시가 필요하며, 동시에 적폐청산 외의 다른 현안들도 제대로 챙겨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제 적폐청산 작업은 적폐 근절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로 발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비리가 밝혀질 때마다 쏟아지는 여당의 정치 공세가 자제돼야 한다. 여당의 비난이 지속되면 수세에 몰린 한국당은 정치보복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서 자기방어에 골몰하게 된다. 여야 합의에 따른 적폐 근절 방안 마련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전 정권에서 행한 불법행위를 밝혀내고 처벌하는 것은 사법의 영역에서 다루면 된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 잘못된 것을 없애고 올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적폐청산과 일맥상통하면서도 좀 더 미래 지향적인 의미다. 단순히 사특한 것을 없애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올바른 것을 세운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적폐청산 과정을 보면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이 요구한 새로운 정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새 정치를 추구한다면 적폐청산을 정부 여당의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슈 프레임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한 선거 구도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악용돼서도 안 된다. 적폐청산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도구화하면 그 동력을 잃게 된다. 새로운 정치를 위한 과거청산이 목표인 적폐청산이 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지 수시로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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