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한민국 미래 리포트>과거 갇혀 政爭만… 미래커녕 현재도 못챙기는 ‘퇴행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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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성장전략이 안 보인다 - ③ 거꾸로 가는 정치

특활비 수사·UAE특사 논란 등
“적폐청산” vs “정치보복” 남탓

국회 상임위 8000개 법안 방치
규제개혁법안 수년째 합의못해
개헌·선거구제 개편 논의 포함
미래동력 협상 테이블도 ‘空轉’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와 현직 대통령 탄핵의 충격으로 ‘적폐청산’의 폭풍에 휩쓸렸던 2017년이 지나고 2018년 새해가 밝았지만,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여전히 ‘과거’다. 한편에서 정부 부처별 적폐청산 기구 활동,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이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여당과 보수 야당의 공방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합리적 토론이 아닌 철 지난 이념 공방과 막말 싸움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탈(脫)이념, 국익 우선 기조 속에 미래를 향한 무한경쟁에 빠져든 상황에서 한국 정치권은 오히려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말로만 ‘서민·민생’… 연일 ‘과거사 전쟁’ 헛공방 =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2년차인 2018년 ‘민생 우선’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적폐청산의 끈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연초부터 대변인단이 쏟아낸 논평들에는 이 같은 기조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특히 이전 보수 정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캐면 캘수록 나오는 비리’(제윤경 원내대변인, 1월 7일),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요구인 ‘다스의 주인 찾기’를 정치보복이라고 왜곡하지 말라’(현근택 부대변인, 1월 5일), ‘박 전 대통령은 추가 기소 사유인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40억 원 수수 혐의를 시인하라’(김현 대변인, 1월 4일) 등이 대표적이다. 여당이 적폐청산을 우선시하다 보니 제1야당인 한국당과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그 결과 비쟁점 법안, 민생 법안마저 처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당에서도 민생과 미래에 대한 건전한 토론과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저조한 당 지지율에 6·13 지방선거 전망이 암울해지면서 한국당은 모든 화력을 문재인 정부 비판, 그 중에서도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비판에 쏟아붓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급기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적폐도 청산하라’는 논리를 펴기에 이르렀다. 홍 대표는 지난 6일 페이스북 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은 640만 달러 뇌물 때문”이라며 “그것을 보복하기 위해 개인기업(다스)을 탈탈 터는 보복 수사는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고 했다.

◇‘미래’는 실종… 꽉 막힌 개헌·민생·개혁 = 여야가 과거사 공방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정작 ‘미래’는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둘러싼 공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한국당 내에서도 나왔다. 한국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당 일각에서 임 실장의 UAE 방문 관련 국정조사 추진 움직임이 일자 “국익을 무시한 정신 나간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원자력발전과 방위산업 등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 대한 전략적 가치 면에서도 중요한 상대국을 놓고 정치권이 공개적으로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미래를 담보로 건 위험한 도박이라는 취지다.

헌법 개정과 선거구제 개편 등 한국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논의도 말만 무성할 뿐 제대로 된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8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연내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개헌 시기와 방법을 놓고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여야의 계산 속에 밀려 한 발짝도 못 나아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법안, 규제 개혁을 비롯한 민생 법안들도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회는 지난해 말 가까스로 본회의를 열어 일몰 법안 일부를 처리했지만, 아직 각 상임위원회에 쌓여 있는 법안이 8000여 건에 이른다. 특히 규제 개혁 관련 법안을 놓고는 여야가 수년째 절충점 찾기를 거부한 채 헛공방만 벌이고 있다.

김윤희·송유근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