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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9일(火)
中年여성의 일탈… 관능적이면서 아름다운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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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페이스풀

■ 언페이스풀

태풍이 들이닥치던 밤, 캔자스의 도로시는 ‘오즈’라는 곳으로 휩쓸려 가게 된다. 마녀의 주술이 이끄는 길고 긴 여정 후 돌아온 어린 소녀는 여자로, 어른으로 성장한다.

‘언페이스풀’(사진)은 미국 뉴욕 외곽에 사는 한 중년여성이 도시에서 한 청년을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진정한 여자가 되고 또한 그것에 대한 죗값을 치른다는, 어찌 보면 다소 진부한 ‘오즈의 마법사’의 치정극 버전 같은 영화다. 그러나 영화의 반짝이는 설정들과 이미지를 통한 심리묘사는 적지 않은 내러티브적 약점을 제쳐두게 만든다. 이 영화의 연출자는 앞서 소개한 영화 ‘나인 하프 위크’와 ‘로리타’ ‘위험한 정사’ 등을 통해 세련된 에로티시즘의 교본을 만들어낸 에이드리언 라인 감독이다. 같은 감독의 작품을 굳이 한 번 더 언급하는 이유는 30년간 연출한 작품들을 통해 ‘에로틱 시네마’라는 분야를 창조해낸 선구자에 대한 헌정임과 동시에, 근작인 에로틱 스릴러 ‘언페이스풀’에서 한 길만을 걸은 숙련공의 절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폭풍이 몰아치던 날, 코니(다이앤 레인)는 아들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맨해튼으로 향한다. 바람 부는 거리를 몸을 웅크린 채 걷던 코니는 마주 걸어오던 프랑스 청년 폴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폴은 무릎을 다친 코니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치료해 준다. 북 딜러인 폴의 아파트는 고서(古書)로 가득하다.

낯선 집에서 난처해하는 여자에게 폴은 ‘페르시아 사랑(persian love)’이라는 오래된 시집을 선물한다. 코니는 남자가 읽어보라는 시 한 구절을 읽는다. ‘와인을 마셔요/그게 젊음의 잔재니까/장미와 와인, 그리고 취한 친구들의 계절/한순간만 행복해져요/그 순간만이 당신의 인생이에요’. 취한 순간만이 당신의 인생이라는 페르시아의 시처럼, 코니는 폴에 취하고 그 순간은 여자의 인생이 된다. 코니는 집에 돌아와서도 폴을 아니, 정확히는 그의 손길을 잊을 수 없다. 그가 코트를 입혀주며 스쳤던 코니의 목, 밴드를 붙여줬던 코니의 무릎은 폴의 부재(不在)를 견딜 수 없게 한다. 그렇게 그들의 위험천만한 밀회가 시작된다. 어느 날 작정하고 집을 나선 코니는 폴의 아파트로 향하고, 그의 침대에서 남녀는 처음 만난 날 거리에서 그랬듯, 부딪치고 또 부딪친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들의 첫 섹스신이 남자를 만난 후 돌아오는 기차 안 코니의 회상신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저 멀리 기차 구석에서 오열하는 여자를 관조한다. 서서히 기차 안으로 들어가면 코니의 자책 가득한 울음이 이내 환희 가득한 미소로 바뀐다. 폴이 책으로 둘러싸인 침대에 누워 두려움에 벌벌 떠는 코니의 상체에서 시계추처럼 진동하는 배꼽을 쓸어내리고 어루만진 기억. 폴의 손이 치마 아래로 내려갈수록 코니의 불안이 잊지 못할 절정으로 진화하던 그 놀라운 경험의 기억. 자신이 내릴 역에 도착할 때까지, 기억과 현실을 오가며 오열과 웃음을 반복하는 여자는 그렇게 남자에게 질주한다.

▲  영화평론가 김효정
코니가 감행한 한 번의 모험은 의식이 된다. 여자는 이 설레는 의식을 위해 옷을 고르고 속옷을 사며 날짜를 센다. 물론 코니의 남편, 에드(리처드 기어)에게 발각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토록 섬세한 초반 로맨스가 남편이 둘의 관계를 알게 되며 주도하는 후반부 미스터리로 인해 ‘참수(斬首)’당한다는 것이다.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코니의 갈등이 후반부에서 그릇된 사랑을 처단한 남편의 내외적 갈등으로 치환되면서 영화는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따라서 ‘불륜의 처벌’이라는 결론은, 권선징악적 메시지보다 모순적이고 관습적인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페이스풀’은 원작인 클로드 샤브롤의 ‘부정’만큼이나 관능적이고 아름답다. 중년 여성의 육체적, 영적(靈的) 절정을 재현한 다이앤 레인과, 질투와 열등감에 포식당하는 리처드 기어의 연기는 세월과 재능이 빚어낸 배우들의 진정한 말로(末路)가 저런 것이 아닐까 하는 감탄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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