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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9일(火)
개인정보, 활용이냐 보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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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새해가 1주일 지났다. 그동안 여러분은 몇 번이나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셨는지? 영화 표를 모바일 예매하거나, 온라인 쇼핑 후 마지막 결제 단계에서 네모 칸을 채우는 ‘동의’ 체크는 필수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률이 수집·이용 단계에서 원칙적으로 정보 제공자의 사전 동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옵트인(opt-in) 방식이라고 한다. 일종의 진입장벽 규제다. 반대는 사후 통제(opt-out)이다. 명시적 거부 의사가 없는 한 동의 없이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위탁 등 처리를 허용하는 제도다. 옵트인은 개인정보의 보호에, 옵트아웃은 그 산업적 활용에 초점을 맞춘다.

프라이버시 관점에서 보면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이 바뀌면 그때마다 새로 사전 동의를 받는 옵트인이 맞는다. 우리가 영화 표를 살 때 그에 필요한 만큼의 개인정보만 주었지, 이를 딴 데 쓰라고 허락한 게 아니니까. 문제는 빅데이터 시대의 산업 동향인 개인 맞춤형 생산과 소비, 융합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개인정보의 원활한 유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들은 민간 부문에서 옵트아웃 방식을 상당 부분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 ‘비식별화’ 조치다. 당초 동의한 목적과 다른 곳에 내 개인정보가 흘러가더라도 나란 주체를 인식할 수 없도록 익명화하는 안전장치이다. 신용카드 결제 때 고유번호 끝자리를 ‘1234****’처럼 가리는 데이터 마스킹(masking)도 그 중 하나다. 비식별화를 거치면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고 어느 정도 자유로운 데이터 활용을 가능토록 한다.

‘데이터=자본’의 빅데이터 시대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법규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말한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등 정보처리의 전 과정에서 사전 동의를 요구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개인정보 처리의 기준을 완화하고 옵트아웃 적용 폭을 넓히기 위해 중간 영역을 만드는 추세다. 개인정보와 익명정보 사이에 ‘합리적 수준으로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신설하는 개념이다. 빅데이터로 활용 가능한 재료, 즉 정보 자본을 형성시켜주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년간 고민 끝에 올 5월부터 통합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행키로 했다. 비식별화 조치된 익명정보에는 개인정보 보호원칙을 적용하지 않으며, 개인정보와 익명정보의 중간 영역인 ‘가명정보’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은 이미 2015년부터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공해 복원 불가능한 정보를 ‘익명 가공정보’로 정의해 사전 동의 없이 활용토록 하고 있다. 다행히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경제정책 방향 발표 시 ‘빅데이터 활용 및 관련 신산업 육성 제도적 기반 구축’ 항목을 넣고,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률을 빅데이터 시대에 맞게 옵트아웃 폭을 넓히는 활용 쪽으로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20개 기업이 비식별화한 개인정보를 옵트인 원칙에 어긋나게 불법 유통시켰다며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효율과 공평의 충돌을 해소하는 우리만의 슬기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nosr@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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