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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9일(火)
‘방과후 영어’ 禁止 접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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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영 한국외국어대 영어교육과 교수

지난 연말에 교육부는 ‘유아교육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과정에서 영어교육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선행학습금지(禁止)법에 따라 4년 전에 이미 예고돼 올봄에 시행되는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전면금지에 보조를 맞추려는 것으로서, 교육부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3∼5세 어린이들에게 지나치게 영어교육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놀이’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밝혔다.

문제는, 나름 정책 논리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그 좋은 의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다음 세 가지 이유로 간추려 볼 수 있겠다.

첫째,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로 현장에서 숨 쉬고 있는 학부모의 마음을 깊이 있게 살펴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어는 우리나라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연동되는 매우 민감한 과목이다. 영어는 투자에 따른 제반 효과가 눈에 띄는 과목으로, 학부모의 재정적 뒷받침과 기회 제공 여하에 따라 자녀의 영어 실력이 달라진다. 영어는 이미 세계어이기에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활동의 효율적인 수단으로서 그 자체가 큰 자산이다.

학부모들이 어린 자녀에게 영어를 노출 시키는 것은 마치 보험과도 같다. 조기 영어교육의 효과에 대한 학문적 검증 여부와는 상관없이, 언젠가는 자녀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심리를 학부모들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자녀의 영어 학습을 학부모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수업료가 저렴한 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방과후 과정이 금지된다면 다른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그 다른 방안으로 영어유치원으로의 이동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30배 이상의 등록비를 내야 보낼 수 있으니,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기웃거리게 하는 이런 정책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억제하지 못한다. 방과후 수업이라는 것은 사실 사교육을 흡수하려고 만든 방안인데, 이번 영어학습 금지 방안은 오히려 그것을 폐지하고 거꾸로 사교육에 의지하게 만든다.

둘째,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과정이 과도한 학습 중심의 영어교육 과정이라고 단정하는 듯하다. 하지만 3∼5세의 아이들을 데리고 문법이나 어휘를 기계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며, 노래와 율동과 간단한 게임을 통한 놀이 방식의 유아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문제의 해결 방법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과정에 아이들 발달단계에 맞는 보다 적절한 교수법을 제시하며 교사들을 훈련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게 옳다.

셋째, 어린아이들의 영어학습에 대한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일방적이고 급작스러운 정책으로 전면 규제하려는 것은 지나치다. 교육에 대한 열망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가 국민의 이러한 열망을 건강하게 수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지, 규제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민감한 시기인 어린 자녀에게 영어를 가르치든, 아니면 국어를 더 잘할 수 있도록 가르치든 그 선택은 교육 소비자의 몫이다. 이번 방안은, 문화 침략을 우려하는 이란의 고위 관리가 초등학생들의 영어교육 전면금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8일자 언론 보도와 오버랩된다.

교육부는 이번 혁신 방안에 대해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자 시행을 유예한다며 눈치를 보고 있다. 재검토 없이 시기만 저울질하기보다 폭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유연성 있는 정책으로 학부모의 마음을 얻어 시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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