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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9일(火)
韓美 FTA 개정 ‘협상 간격’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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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국제통상학

지난 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마치고 7일 귀국한 우리 측 실무 협상 대표단은 2차 협상 준비 중이다. 그런데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그 내용에 앞서 협상 방식에서 미국에 끌려다닌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곤 한다. 굳이 연초부터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동안의 한·미 FTA 개정 협의 과정으로 보면 1차 협상은 서울에서 개최해야 했다는 등 뒷말이 많다.

하지만 앞으로의 문제는 협상 전략이 될 것이다. 협상 전략이라고 하면 범위가 넓으므로, 여기에서는 협상의 간격에 한정해서 생각해 보겠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향후 3∼4주 주기로 협상을 개최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FTA 협상 주기는 2∼3개월이다. 각 협상 의제에 대해 관련 부처 협의와 국내 이해관계자와의 의견 조율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시간에다, 다른 통상 현안 처리를 고려하면 2개월 이내 개최는 사실상 어렵다. 협상 막바지이거나 특정 국가가 협상 타결을 밀어붙일 때는 이보다 더 짧은 일정으로 협상할 수 있지만, 내실 있는 협상을 위해서는 이보다 더 긴 주기가 필요할 수 있다.

미국과의 개정 협상을 조기에 완료하는 것과 가능한 한 지연시키는 전략 가운데서 어느 쪽이 국익(國益)에 유리한지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시간은 우리나라 편이므로 지연 전략이 유리한 것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이 부진한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역통상 분야 실적을 내세워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한·미 FTA 폐기론에 비중을 둔다면 조기에 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을 믿는다면 지연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상식 밖의 대외정책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제동이 걸리고 있고, 특히 러시아 커넥션 등으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레임덕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는 만큼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발간된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 :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는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우리 통상 당국이 초단기 협상 간격을 합의했다면 폐기론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치 일정을 얼마나 고려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과의 통상 협상은 대개 5, 6차례 하게 되면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소규모 패키지이더라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5월 정도에 딜브레이커(deal breaker)가 언급될 것이다. 이 시점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협상 결과가 정치 쟁점화하면서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도 협상 결렬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협상 결렬 이후 두어 달 동안 한·미 간 설전이 오가고, 중간선거를 앞두고 초조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덮어두었던 한·미 FTA 폐기론 카드를 꺼내 들 것이다. 우리가 한·미 FTA를 지키기 위해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면, 통상 협상 사상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미국과의 FTA 개정 협상은 전형적인 양면 게임이 되고 있다. 상대국 못지않게 국내 이해관계자 설득이 중요할 수 있다. 협상 간격은 상대국보다는 국내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당당하게 폐기’하거나 폐기론에 떠밀려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협상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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