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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0일(水)
한국어능력시험 ‘토픽’ 열풍… 미얀마선 시험장 인근 숙소 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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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갈수록 한국어능력시험(TOPIK)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2016년 4월 17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치러진 TOPIK에서 외국인 응시생이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韓流 등 영향 71개국서 응시

국내취업·입학·영주권에 필요
3급 이상 돼야 일상생활 소통
K팝·K드라마 즐기려 공부도
“BTS 만나 ‘사랑해요’ 할래요”

지난해 국내외 29만여명 응시
21년 동안 누적 212만명 넘어
신청자 몰리며 홈피 다운되고
브로커 낀 조직적 부정시험도


올해로 도입 21주년을 맞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누적 응시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한류 열풍’에 힘입은 ‘한국어 열풍’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해가 갈수록 증가 곡선은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K-팝 가사를 즐기기 위해, 한류스타를 만나 응원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더 대우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TOPIK을 치르는 외국 젊은이들의 동참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명문대 출신이 가담한 부정시험이 적발되고 응시 사이트가 마비되는 등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TOPIK 응시 해마다 급증추세 = TOPIK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재외동포나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 방향을 제시하고 한국어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할 목적으로 1997년부터 치러졌다. 일반적으로 한국에 유학을 오려고 하는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영어의 TOEFL과 비슷한 성격이다. 시험 성적은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의 진학 및 학사관리 △외국인 및 외국 교육과정 이수 재외동포의 국내 대학 및 대학원 입학 △외국인 의사 자격자의 국내 면허인정 △외국인의 한국어 교원 자격 심사 시 영주권 취득과 결혼이민자의 비자 발급 신청 때 활용한다. 국내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대개 3급 이상의 TOPIK 성적이 필요하다. 국내 대학 유학 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다양한 공공시설의 이용과 사회적 관계 유지에 필요한 기초적 언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졸업 전까지 뉴스·신문 기사 중 평이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추상적 소재를 비교적 정확하고 유창하게 이해할 수 있는 4급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  지난해 4월 16일 치러진 제52회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읽기 문제. 국립국제교육원 제공

TOPIK 응시 국가와 응시자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은 10일 TOPIK 응시자가 1회부터 지난해 11월 제55회 시험까지 모두 212만168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TOPIK 지원자는 1997년 첫해 2692명에 불과했다. 2000년대 한류 열풍을 타고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마침내 2016년 25만141명에 이어 올해 29만638명을 기록했다. 20년 만에 무려 108배나 늘어난 것이다. 시행 국가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1997년에는 우리나라, 일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4개국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총 71개국으로 늘어났다. 특히 2014년 제34회 시험 때에는 미수교 국가인 쿠바에서 처음 시험이 치러졌다. 지난해에는 모로코, 볼리비아, 자메이카, 폴란드 등에서 처음 실시 됐다.

◇K-팝·코리안 드림이 열풍 배경 = 이 같은 TOPIK 열풍에는 소녀팬들의 한류 열풍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유학과 취업을 위해서 반드시 치러야 하는 시험이 아니라 한국 자체를 이해하려는 목적에서 응시하는 세계인이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나 K-팝을 즐기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10대는 부지기수다. 한국 이름이 민정이라고 밝힌 미국인 앨리스(18) 양은 “방탄소년단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오빠들을 만나서 한국말로 ‘사랑해요’할 거예요”라고 밝게 웃었다. 홍콩에 사는 쉐런(16) 양도 “인터넷으로 ‘쌈마이웨이’를 보다가 박서준에게 빠졌다”며 “서준 오빠 나오는 ‘윤식당’도 볼 거예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심지어 현대 소설에서도 TOPIK은 중요한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2018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에 수록된 ‘세실, 주희’는 명동의 쥬쥬하우스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주희가 가수 유노윤호가 좋아 한국으로 왔다는 일본인 직원 세실로부터 한국어 과외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일요일 오후마다 한국어 능력 시험 준비를 돕게 되면서 겪은 이야기를 다룬다.

TOPIK의 위상은 높아진 한국 경제의 위상과도 정비례한다. 영어를 잘하면 더 좋은 직장에 입사해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외국인은 한국어 능력에 그런 역할을 기대한다. 실제 호찌민시에서 한국어학과 졸업생들은 최소 1500만 동(약 75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다는 경험담도 나온다. 현지 상위권이라는 금융권 초임(1000만 동)과 비교해도 1.5배 수준이다. 연평균 소득이 1000달러(약 107만 원) 수준인 네팔에서도 ‘돈을 벌어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코리안 드림으로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에선 외국인 근로자의 한 달 치 월급이 그 정도 수준이다 보니 ‘한국행 = 대박’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그런 만큼 동남아 등지에서 TOPIK의 열기는 수능 시험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인도네시아에서 TOPIK 시험 날에는 시험장 인근에 수험생을 싣고 온 전세버스가 몰리면서 교통체증이 빚어진다. 미얀마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응시자들이 전날 시험장 인근에서 숙박하는 바람에 업소 방이 모자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는 전언이다.

◇조직적 부정시험 적발도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정시험은 물론 웃지 못할 사고도 잇따른다. 지난해 7월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베트남인 브로커 A(27) 씨와 한국인 김모(29) 씨 등 5명, 베트남인 산업연수 유학생 B(24) 씨 등 18명을 붙잡아 3명을 구속하고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봄 베트남에서 국립국제어학원이 주관하는 TOPIK에 응시한 베트남인 B 씨 등에게 무선 송수신기로 정답을 알려줘 2급 자격증을 따게 해준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경우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갖고 있어 100분 시간제한인 TOPIK 초급시험을 20분 만에 풀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쪽지를 펼쳐보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문답을 주고받거나 대리시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경험담도 잇따른다.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국립국제교육원 컴퓨터 서버가 다운돼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도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TOPIK은 한국어를 보급하고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시험장 숫자와 응시 인원을 일정 규모에서 조절하고, 부정행위 등을 엄격히 단속하면서 홈페이지 서버를 증설하는 등 내실을 기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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