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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0일(水)
시장을 얕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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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경제산업부장

잇단 대책에도 강남 집값 급등
정부 ‘두더지 잡기’式 땜질 급급
최저임금 과속으로 暗시장 조장

오류 감지 땐 접근 방식 바꿔야
응급조치 남발은 문제 키울 뿐
市場 보완하되 逆行해선 안 돼


연초부터 정부가 ‘두더지 잡기’에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한 곳을 때리면 다른 곳에서, 그다음엔 제3의 곳에서 또 튀어나오는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규제의 역풍과 풍선효과가 본격화하자 튀는 놈마다 잡자는 식이다. 근본적 진단과 처방을 내릴 엄두도 나지 않는 듯하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가격 규제 카드를 꺼내 들 때부터 전문가들이 ‘시장에 개입할 수는 있어도, 이길 수는 없다’고 걱정했던 일들이다.

서울 강남 집값 잡기는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이다. 수요 억제에 맞춘 ‘6·19대책’ ‘8·2대책’ ‘10·24 대책’에 이어 공급 방안인 ‘11·27 주거복지로드맵’까지 나왔으나 강남 집값은 아랑곳없이 치솟는다. 다급해진 정부는 최후의 비책처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인상과 같은 과세 카드와 행정력을 동원한 단속으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래 봐야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역효과가 불 보는 듯하고, 잠시 숨죽일지언정 수요가 사라지는 건 아니어서 또다시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시장은 모두 아는데 정부만 모르는 체한다.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상되기는 했으나 성장 경로가 불확실해 한국은행은 추가 인상에 신중하다. 아직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정부가 ‘갭투자’를 차단하려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강남 한 채’에 대한 수요를 키웠다. 반면 공급은 재건축 사업 규제 강화 등으로 막혀 있다. 강남을 향하는 수요는 커지는데 당국은 차단하려고만 하니 시장이 반발하는 것이다. 누가 지휘하거나 모의한 것도 아닌데, 시장은 제 필요를 찾아 규제를 거스르며 살길을 찾아간다. ‘보이는 손’(정부)이 ‘보이지 않는 손’(시장)에 흔들린다. 그게 무서운 반격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역풍도 시장의 반격이라는 점에선 똑같다. 영업이익이 올라간 것도 아닌데 인건비만 급격하게 올라가면 고용주는 당연히 사업 유지를 위해 헤지(리스크 회피) 방법을 찾는다. 무인점포로 운영하든지, 아니면 편법을 쓰거나, 그도 아니면 탈법을 해야 한다. 고용주는 법에 저촉되는 줄 알면서도 최저임금보다 싼 근로자를 찾고, 일자리가 아쉬운 근로자는 이를 묵인한다. 최저임금이 적정수준보다 높을 때 형성되는 ‘노동 암시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1362만여 명 가운데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는 266만여 명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13.6%인데, 올해는 더 올라갈 게 분명하다. 이를 검은 노동력(black labor)이라고 부른다. 그런 영세사업장의 사업주는 범법자다. 스페인은 지난해 노동계의 압박에 최저임금을 8% 올려 30년 만에 최대치라고 선전했지만 3분의 1 정도가 검은 노동력인 것은 국제학회에 보고된 팩트다. 저임금 근로자 보호 정책이 노동 시장만 왜곡하는 셈이다.

정책의 약발이 안 먹히거나 부작용이 난다는 것은 시장을 잘못 봤거나 실행 방안이 오류였음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의 경우 3조 원의 일자리 안정기금을 편성하고도 모자라, 그 부담을 건물주나 대기업에 전가하면서 “혼란이 있어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상황은 정책 실패를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가운데 70% 가깝게 차지하는 9인 이하 영세사업장의 현실을 안이하게 바라본 결과다. 강남 집값도 주거인프라 확충과 교육 수요, 자산이동을 외면하고 수요를 억제할 ‘외통수 찾기’에만 집착했던 게 패착이다.

선의에서 착안한 정책이어도 실패가 감지됐다면 문제 인식의 틀을 바꿔야 한다. 정부가 시장에 긴장을 주고 정상 기능을 회복하도록 개입하는 정도를 넘어서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계획경제), 행정력의 임의적 사용으로 비효율을 키우면(정부 실패) 시장의 저항을 부른다. 사회·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적절한 자원 배분이 어려워져 그 피해도 정책이 선의를 뒀던 계층에 돌아간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신뢰도가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보완·추가 대책을 남발할수록 국가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효율성은 물론 공정성도 의심받게 된다. 경제보다 정치 효율성을 잣대로 시행한 정책이 있다면 과감하게 수정·폐기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시장이 만능은 아니지만, 얕보면 안 된다. 거기에도 주권(主權)을 외치며 분투하는 소중한 국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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